국내외 ESG투자 확대와 함께 금융권의 ESG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국내외 ESG투자 확대와 함께 ESG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정책 등으로 인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ESG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ESG채권 발행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의 3종류로 구분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앞다퉈 ESG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최초로 1100억원 규모의 원화 ESG채권을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6일 NH농협금융지주의 ESG 비전과 추진 계획의 체계적인 실행 차원에서 1100억원 규모의 공모회사채 형태의 ESG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 채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녹색사업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분야 투자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의 ESG 경영 방침에 발맞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ESG 투자 리포트 발간, ESG관련 IR행사 개최 등 기존의 ESG 경영활동 뿐 아니라 향후 ESG 협의체 및 전담조직 운영 등을 통해 ESG 경영 실천에 솔선수범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오는 25일 5년 만기 7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 채권은 NICE신용평가의 ESG 인증평가 중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Green1'을 받았다. 이는 외부검토 유형(검토의견, 검증, 인증, 평가등급 부여) 중 평가등급 부여에 해당하며, 일반적 ESG인증을 받는 것보다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삼성증권이 받은 'Green1' 채권등급은 NICE신용평가가 수립한 'ESG인증평가 방법론'에 따라 '친환경 및 기후변화 위기 대응 사업분야에 투자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녹색채권에 대한 등급 중 가장 상위 등급이다.

이는 녹색채권 프로젝트의 분류체계상 적합성, 자금의 용도, 사업의 평가 및 선정절차, 자금의 관리, 사후보고 및 외부공시 등에 있어서 매우 우량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의 채권에만 주어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부러 단순인증보다 취득이 어려운 등급에 도전해 받은 것 자체가 삼성증권의 ESG 경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들을 통해 고객과 주주들로 ESG 경영 관련 신뢰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립한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친환경 관련 자산과 사회적 지원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증권은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국 미드스트림(Midstream) 사업 및 프랑스 태양광 발전 사업에 관련한 기지분 매입분에 대한 차입금의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 미드스트림 사업은 미국 동부지역의 천연가스 정제 및 운송 관련 사업이며, 프랑스 태양광 발전 사업은 프랑스 남동부 및 중부 지역의 높은 일사량을 활용한 고효율 태양광 사업이다.

이 외에도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 증권사들이 ESG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또한 시중 은행들도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ESG채권 발행에 나섰다.

이미 지난달 말 우리은행이 국내 시중은행 달러화 벤치마크 채권 중 역대 최저금리로 미화 5억5000만달러(원화 6000억원 상당액) 규모의 외화 ESG 선순위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 채권을 통한 조달자금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과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개발, 일자리 창출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ESG 인증등급 최고등급을 받은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을 전날 발행했다. 채권은 총 1조 500억원 규모로, 국내 은행권에서 발행한 ESG채권 규모 중 역대 최대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ESG인증등급제도를 도입해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사회적채권 가운데 최고 등급인 ‘SB1’등급을 받아 채권의 투명성 및 투자자의 신뢰도를 제고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달된 자금은 코로나19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ESG채권 발행으로 정책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정책 추진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친환경 정책을 앞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ESG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1월에만 1조5000원 규모의 ESG 채권이 발행됐으며, 2월에는 현대차,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SK 등 대기업들이 ESG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삼성증권 김은기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들어와 2월까지 5조원이 넘는 ESG 회사채가 발행되면서 최근 2년간의 발행물량 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올해 연간 20조원 규모로 (ESG채권 발행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의 차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ESG채권 투자 수요가 많아, 발행기업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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