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4일 전금법 개정안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배진교 의원실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전금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물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까지 가세해 전금법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개정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통신사의 사례를 들며, 이번 전금법 개정안도 빅브라더라는 우려는 기우란 입장을 내놨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의견이 좁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업계와 시민단체 등도 전금법이 '네이버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추진해 지난해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 맞다"고 말했다. 이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지급결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 중 나온 말로 이 총재는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 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며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빅브라더가 아니라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빅브라더 우려는) 지나친 과장"이라며 "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한은의 빅브라더 지적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거대 정보통신업체)기업의 지불, 결제 수단을 통한 개인 사용자의 충전 및 거래 내역 등은 모두 금융결제원에 수집되며, 금융위는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은 측은 빅브라더 지적과 함께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도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특히 은 위원장의 발언을 의식한 듯 "통신사를 빅브라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두고 그걸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건 빅브라더가 맞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금법 개정안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금융위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통위원들 역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통위는 전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내부거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지급결제시스템으로 전이시켜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한은이 팽팽한 입장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전금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산업 시스템을 뒤흔들 (전금법) 개정법안 추진을 멈추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본 (전금법) 개정안은 혁신금융을 빙자해 비금융회사인 빅테크 업체들에게 금융사업을 허용하고 전자금융종합그룹 출현을 독려하는 개정안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특혜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빅테크 업체들의 급격한 금융산업 진출이 금융산업의 은산분리 원칙과 전업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제대로 된 규제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특정 비금융사업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어 디지털금융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로만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규율체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 함께한 배진교 의원은 "내일 정무위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서 법안의 우려와 문제점이 최대한 드러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3월 중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빅테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규제하면서 소비자의 효용성을 높이는 개정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발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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