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공업체가 발행한 녹색채권 인기…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대
현대중공업 조선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친환경 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탄소배출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강화되자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중공업 분야에서도 탈탄소 정책을 내세우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요구하는 연기금 등의 금융당국 기조와 맞닿아 있는 만큼 향후 중공업 분야가 미래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관련 기술개발은 중요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공업 분야는 제조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이산화탄소(CO2) 등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난 2005년 처음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위해 탄소거래소를 설립한 이후 한국도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각 기업에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거래소가 배출권시장을 개설해 운영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정부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키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상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바로 ‘ESG채권’이다. ESG채권은 크게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등이 있고, 이 가운데 중공업 분야가 주목하는 것은 녹색채권이다.

녹색채권의 경우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 친환경 활동과 관련된 사업 투자에 제한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된 채권이다.

최근 중공업계에서는 이런 시장 환경에 맞춰 미래투자 일환으로 ESG채권(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경영을 추구하고 나섰다. ESG채권은 기업의 친환경 미래 산업에 대한 준비로 여겨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없어서 못 파는 인기 투자처가 되고 있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연합뉴스

현대제철·현대중공업·효성중공업 등 발행한 ‘녹색채권’ 품귀

현대제철은 올해 1월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발행한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이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녹색채권 발행에 대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존 2500억원 규모에서 8배나 초과한 총 2조700억원이 몰려 회사채 발행 규모를 두 배인 5000억원으로 늘렸다. ESG채권발행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금융사를 제외하고는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의 녹색채권은 신용평가사에서 진행한 ESG 인증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GB1(E1/M1) 을 받았다. 신용평가사의 인증을 거칠 경우 정기적인 사후 평가를 통해 등급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 및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코크스 건식냉각설비(CDQ)도입 및 배기가스 탈황 탈질 및 품질개선 작업에 조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CDQ는 제철공정 중 석탄원료로부터 코크스를 생산한 후 냉각하는 설비다. 현대제철은 지금까지 냉각수를 이용한 습식냉각설비(CSQ)를 활용했지만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냉각가스를 순환시켜 수증기 배출을 억제하고 폐열 회수가 가능한 건식냉각설비(CDQ)로 대체함으로써 환경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은 환경 투자에 대한 현대제철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도 경영상의 의사 결정에 있어 환경적 요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친환경책임 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3월에 진행한 녹색채권 발행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모집금액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3000억원 규모로 증액 발행했다. 기존 모집금액은 1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최대 증액 한도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녹색채권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수요예측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MOU 채결은 물론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녹색채권 발행의 최고 등급인 그린1(Green1) 등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조달된 자금으로 친환경 선박 건조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장치 개발, ESS센터 설립 투자, 수소운반선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간 친환경 선박 건조와 유해물질 저감에 앞장서는 등 환경개선을 꾸준히 이어온 결과 녹색채권 최고 등급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ESG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효성중공업은 지난 2일 에너지저장장치(ESS) 구매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ESS는 에너지저장장치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에 필수적인 설비다.

중공업계 관계자는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중공업 분야는 이를 줄이기 위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탈탄소를 위한 친환경 전환은 필수 요소로 이에 따른 자금 확보를 ESG채권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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