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문자폭탄’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내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문자폭탄’에 대해 상당수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과대 대표되는 현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의식한 나머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예상했던 대로 당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조 의원은 자신을 비난한 문자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나친 욕설과 인신공격성 문자 메시지는 걸렀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공개된 문자는 위압적이었다.

어지간한 멘탈이 아닌 다음에야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폭탄’에 시달린 끝에 초선 5명 가운데 장경태 의원이 하루 만에 항복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강성 지지층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에서 멀어졌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일에도 차기 지도부를 향해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차기 지도부는 열혈 권리당원들이 과잉 대표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초선 의원을 압박한 ‘권리당원 일동’을 참칭한 성명서에 대해서도 일부 중진의원만 문제를 제기했을 뿐,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원인도 ‘무능’과 ‘위선’으로 진단했다.

조 의원은 “무능이야 전력을 다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위선이다. 스스로 공정한 척하면서 불공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반성하지 못했다”면서 “혹시 반성할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지도부는 한술 더 떠 문자폭탄을 두둔했다”며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작심발언은 새겨들을만하다. 그동안 누적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의원은 조 의원이 예상했듯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조 의원은 “김용민 의원은 김종민, 박주민 의원 행로를 따라가고 있다”며 에둘러 비판한바 있다. 친문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던 김종민, 박주민 의원처럼 김용민 의원도 같은 의도로 ‘문자폭탄’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개표 결과 조 의원 예상대로 김용민 의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정청래 의원은 ‘문자폭탄’ 논란에서 지나칠 만큼 강경하다. 그는 조 의원을 향해 “싫으면 국회의원을 그만두라”고까지 했다. 정 의원은 “‘문자폭탄’은 적극적인 참여 정치다. ‘문자폭탄’이 아니라 ‘문자행동’이다. 또 적극 지지층을 2,000명으로 보는 건 무지하다. 20만 명은 된다”면서 강성 지지층을 옹호했다. 정 의원 발언은 ‘문자폭탄’ 폐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이를 비판하는 상식적인 당내 목소리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경솔하다.

당원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건 바람직하다. 건강한 정당일수록 원활한 소통은 장려할 일이다. 그래야 독단에 빠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언로는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비민주성이다. 자신들 뜻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벌떼처럼 비난을 퍼붓는 행동은 당내 민주화를 가로막는다. 침묵하는 의원들이 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건강성을 잃고 경직돼 왔다.

4.7 재보궐 선거패배 원인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문제는 도화선에 불과했다. 근본적 원인은 비판이 거세된 일방적인 당 운영에서 찾는 게 현명하다. 조국 사태, 윤미향 의혹, 검찰개혁 과정에서 당내 반대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았다.

또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도, 임대차 3법과 야당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해도 누구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과는 민심과 괴리된 독단적인 당 운영으로 이어졌다.

송영길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당청 관계에서 균형을 회복하고, 강경한 목소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4월30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29%를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된 30%대가 붕괴됐다.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정권 재창출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민주성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처럼 ‘문자폭탄’으로 대표되는 강경론이 계속 득세한다면 패착을 피하기 어렵다.

정청래, 김두관, 김용민, 윤건영 의원처럼 덮어놓고 강성 지지층을 두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건전한 의견 개진과 정도를 넘어선 ‘문자폭탄’은 구분해주는 게 맞다. “당원과 정체성이 맞지 않으면 본인이 정당을 잘못 선택한 것이지, 당원 잘못은 아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연 동료 의원을 몰아세우는 건 몰상식하다. 민주당을 사랑한다면 건전한 비판 문화를 만드는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2일 문 대통령은 전당대최 축사에서 “서로 배제하고 상처 주는 토론이 아니라 포용하고 배려하는 토론이 돼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통과 토론이 선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좀 더 분명하게 메시지를 냈으면 좋았겠지만 ‘문자폭탄’을 둘러싼 완곡한 당부로 이해된다. 강성 지지층 숫자를 놓고 2,000명이니 20만명이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난 제대로 된 민주당을 기대한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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