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계, 2일 오찬 회동서 이 부회장 사면요구 나올 듯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시작으로 미국이 반도체 패권 강화에 나서자 글로벌 산업에서 반도체 분야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에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오너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우려가 지속적으로 재기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가 오찬 회동을 갖는다. 재계 대표격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하고, 삼성그룹은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회동에는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총 400억달러(44조원)에 달하는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회담 성과에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등 국내 기업들이 주요한 역할을 한 만큼 향후에도 대기업 총수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오찬 회동의 최대 관심사는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논의 되느냐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출 대부분을 담당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총수 부재라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재계 등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과 5개 단체 명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전날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종교계나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사면에 대한 긍정여론도 과반을 넘어섰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중요성이 강조된 부분이여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에서는 4대 기업 총수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경제 문제와 연관 지어 삼성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최태원 SK 회장이 겸하고 있는 대한상의 명의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이미 제출한 바 있고, 그 외에 LG나 현대차 그룹 역시도 삼성과의 협력관계에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조심스럽게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도움을 준 기업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기업 총수들 역시 기업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애로사항을 얘기할 것이고 여기에 이 부회장에 대한 거취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 사면 대신 가석방 가능성 높아져

지난 2016년 논란이 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은 2017년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되면서 당시 353일의 수감 기간을 채웠다. 이후 다음해인 2018년 열린 2심에서는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해 치뤄진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형기는 2022년 7월까지로 아직 1년 이상이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제기되면서 그 시기도 언급되는데, 재계에서는 광복절 특사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까지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은 기간을 포함한 총 수감 일수는 488일로 전체 912일 수감 기간 중 53%를 넘겼다.

여기에 광복절 가석방을 전제로 앞으로 두 달간 더 수감생활을 하게 되면 60%를 채우게 된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가석방 기준에 있어서 형기 3분의 1만 채우면 대상이 되지만, 예규를 통해 실제로 형기를 80% 이상 마친 사람을 대상으로 허가해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올해 7월부터는 가석방 심사기준도 완화해 적용한다고 밝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석방 심사기준을 현행보다 5% 정도 완화해 복역률을 60~65%로 낮추는 방안을 결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가석방 심사 원칙에 따라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며 “오는 7월 예비심사가 있는데, 이 부회장이 예비심사에 포함된다면 본인이나 변호인을 통해 개별 통보가 갈 것이고 이는 개인정보여서 직접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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