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협조, 대미 투자계획 구체화될 듯
문재인 대통령(좌)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연초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 시찰을 위해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가운데 이들이 풀어놓을 대규모 ‘투자 보따리’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와프, 반도체·배터리 동맹 강화 등 회담의 성공을 위해 기업 경영진들이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국내 4대 그룹의 경영진들이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특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4대 그룹은 미국에 투자를 결정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들로 이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만 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기업인들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 4대 그룹의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백신) 책임자들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백신 동맹과 함께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인들이 측면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기업인들이 방미가 정식 경제사절단 형식은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을 들어 미국측에서 정상회담 사절단 규모를 최소화해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은 19일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고 개별 출장 형태로 따로 움직였다.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도 기업인들은 동석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인들은 미국 상무부가 만든 경제인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는 러만도 상무장관이 기업인들의 애로와 요청사항을 들으면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기업인들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제약이 있으나 미국 정·재계 인사를 만나거나 미국 현지 공장을 방문하는 등 일부 개별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SK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미국 상공회의소 수잔 클락(Suzanne Clark) 등 미국 경제인들과의 만남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번 정상회담의 측면 지원에 나선 경영진들이 이번에 미국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거나 추가 투자계획을 공개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공급망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대미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미국 투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투자 규모 40조원 추산

현재 4대 그룹이 미국의 공급망 강화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그린뉴딜' 정책 등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으로 미국에서 계획중인 투자금액은 대략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이중 절반에 달하는 20조원(1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 추가 증설을 준비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투자가 유력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 회의에 국내 기업중 유일하게 참석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반도체 화상 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미국 측의 투자 압박을 받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화상 회의에는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3일에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는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과 수소 생태계 확산 등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앨라배마를 포함한 추가 전기차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지도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과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한 데 이어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의 독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후보지 검토도 마친다는 계획이어서 건설 계획이 조만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중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중이다. 앞서 1, 2공장 투자금액 3조원을 합해 총 6조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22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번에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이 구체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에 따르면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20일 미국내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이번에 방미 길에 함께 오르면서 양국의 백신협력 사업이 구체화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산 백신 ‘노바백스’와 계약 연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와 4000만 회분(2000만 명분)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 방식으로 국내 공급 물량 전량을 생산키로 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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