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분 매각에도 여전히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여서 ‘진정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우리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평가다.

 

■ 생소한 과점주주 지배구조

네 번의 실패를 끝낸 성공의 일등 공신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다. 지분 4∼8%를 쪼개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쓴 게 이번 민영화에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지분을 통째로 팔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과점주주 방식이 여전히 불안요인이라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흔하지 않고 더군다나 국내에선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우리은행과 예보가 맺어온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도 다음달 매각 대금이 입금되는 대로 12월중 해지하기로 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참석해 “과점주주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자율적이고 상업적이며 투명한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으나 ‘시장에선 생소한 접근법’인 과점주주 체제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 우리은행 보유 지분 현황. 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예보가 여전히 최대주주

정부 잔여지분(21.36%)보다 많은 29.7%가 매각됐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의 최대주주가 정부(예금보험공사)라는 것 역시 걱정거리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까지처럼 계속해서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임 위원장은 “예보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했을 때 경영 개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많지 않으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문제다.

남은 우리은행 지분을 빨리 매각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임 위원장도 “예보 보유 잔여지분은 공적자금 회수 측면을 고려해 공자위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은행의 완전한 민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남은 지분의 매각 계획을 빨리 발표해 정부 영향력 행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빌미로 남은 지분매각을 끌지 말고,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차기 행장 선임 과정

이번 민영화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 내 최대 업적으로 남게 됐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신임 행장에 취임하면서 ‘2년 안에 민영화를 하겠다’며 3년이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이 행장의 계획대로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성공했고, 민영화 후에도 은행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이 행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새로운 사외이사들이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 행장은 사외이사가 구성되는 다음 달 정도가 되어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후보로는 현직인 이 행장을 비롯해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전직 관료 등 여러 후보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는 투자자는 미래에셋과 유진을 뺀 보험사 2곳(동양생명, 한화생명), 증권사 2곳(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사모펀드(IMM PE) 한 곳 등 5곳이다. 이들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증권과 보험,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 등 주주 성격에 따라 이해가 다르고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5명의 생각이 일치되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행장 선임과정이 정부 간섭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면서 “21.4%의 정부 잔여지분 매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