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81회> 글·김지훈

현대 천민 교육시스템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증기기관으로 돌아가는 산업구조 …. 노동자에게 글자와 수학을 가르쳐야, 기술을 설명할 수 있었다.

영국이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던 시기 …. 영국 왕실은 급작스럽게 늘어난 식민지를 관리하는 …. 새로운 기술자와 관리자 …. 노동자가 필요했다.

식민지 규모가 커지면서 …. 영국 왕실에 대한 충성도보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 본격적인 관료제도의 시작 …. 그 제도를 받쳐주는 …. 새로운 교육제도 …. 정해진 규격에 맞는 노동력을 생산하는 시스템 …. 그것이 바로 천민 교육 시스템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제국이 팽창하는 시기에는 적절하지만 …. 요즘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 멀쩡한 인간을 무능한 쪼다로 만들 뿐이다.

B급 가정 교육을 받으면 …. 아는 게 많아도 …. 재주가 많아도 …. 금방 밑천이 드러나고 …. 어쩔 수 없이 천박하다.

명문가의 인물과 금융 귀족을 보면, 이익을 챙기고, 계산하면서도 …. 품위가 있다.

운 좋게 천만 달러를 벌어도, 귀족은 당당하지만 …. 천민들은 너무 들뜨거나, 심할 경우에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판타지늄은 그렇지 않아요.”

준은 잘라 말했다.

“천민이든, 위대한 기업가든, 귀족이든, 심지어 교황까지 …. 영생을 아주 당당하게 받아들이죠. 하지만 ….”

준은 아이스 커피잔을 양손으로 감쌌다. 물기가 손바닥을 통해, 손목으로 흘렸다.

“영생의학은 이제 막 시작한 거야.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어.”

“…….”

준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검지와 엄지에 턱을 기댔다. 시선이 창밖을 향했는데, 달아나거나 피하려는 눈빛이 아니라 …. 무언가를 쫓는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놈의 눈빛이 맘에 든다.

“자네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군.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는 천민 계급 수드라보다 더 낮은 계급인 달리트가 있어. 달리트는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 찌루는 달리트 계급으로 태어나서, 고아로 버려졌지. 지금 그 아이가 뭐 하고 있을 것 같나?”

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뭔가 하고 싶어하는 눈빛. 그런 눈빛이 좋다. 준은 판타지늄 영생의학 개발로 엄청난 명예와 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준이 맘만 먹는다면, 찌루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도 있다.

“찌루는 …. 지금, 몇 살이죠?”

언제나 그랬듯이, 준의 질문은 적절하고 정확했다.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뛰어난 능력일지도 모른다.

“마흔이 조금 넘었겠군.”

“…. 누군지 알겠어요. 지나이 그룹의 회장이죠?”

“그래. 유명한 사람이지. 찌루를 처음 만났을 때, 12살이었지만, 자네처럼 강렬한 눈빛을 갖고 있었지. 하지만 …. 증오와 원망이 너무 강했어. 생명을 준 부모님을 원망하고 증오했지. 달리트 계급으로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저주했지. 내가 독재정치와 친니폰파를 미워했던 것보다 더 심했어. 찌루가 증오와 원망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길거리에서 탈출하지 못했을 거야. 그가 세운 지나이 그룹은 인도 GDP의 5% 차지하는 거대기업이야. 내 말의 요점을 알겠나?”

“…. 당신은 어떻게 극복했죠?”

“시튼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게 도움이 됐지. 시튼 도서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저에게 어떤 증오가 있다고 생각하시죠?”

“자네가 알겠지. 나는 자네의 무의식이 아닐세.”

준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눈매가 가늘어지고 …. 길게 숨을 내쉬고, 깊게 들이마셨다. ‘결정의 순간’에 보이는 인간의 전형적인 몸짓 언어였다.

“영생 이식 …. 그건 지옥에 있는 악마를 불러내는 짓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성격 검사를 해보면 …. 영생 전후의 성격과 가치관이 너무 달라요.”

“이상한 일도 아니야. 자네가 영생을 얻었다고 생각해보게, 예전과 같을 수 있겠나? 오히려 예전과 같은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게 아녜요. 영생을 이식받으면 …. 악마가 되는 겁니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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