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포터는 경기가 어려운 해에는 꼭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는 때가 많다. 현대자동차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국가 경제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제 비중이 큰 자동차 시장. 이를 보고 국가 경제 상황을 유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상용차가 잘 팔리면 불경기, 세단이 잘 팔리면 호경기라는 분석이 꽤 설득력이 있다.

올해 자동차 시장을 보면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비싼차와 ‘서민차’가 선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경제 위기 속에 확인되는 양극화 현상이다. 중산층을 대표하던 중형차 시장도 ‘프리미엄’을 붙여야 팔리는 시대가 됐다.

 

■ 비싼차가 잘 팔리는 시대

▲ 마세라티 르반떼는 올해 나온 수입 SUV 중 가장 럭셔리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볼 수 있다. 마세라티 제공

올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딱 한 단어를 꼽으라면 역시 ‘프리미엄’이다. 럭셔리를 표방한 신차들이 대거 출시됐고 상당한 인기를 끄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 초부터 수입차 업계에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의식한 듯 가격 경쟁력이 높은 모델들을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급 세단들이 소비자 인기를 독차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11월 누적 판매 상위 5개 차량을 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독일 고급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세단이 독식한 것. E클래스가 1위를 차지했고, 5시리즈, 3시리즈, C클래스, S클래스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 5,000만원이 넘는 고급 차량들이다.

그 밖에 전년보다 크게 판매량이 늘어난 차종을 보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75.3%), BMW7시리즈(58%) 등 고급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그 밖에 포드 익스플로러(28.9%), 렉서스 ES(21.7%)등 전반적으로 프리미엄 모델 성장 경향세가 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머뭇거리던 수입차 업체들은 올 들어서 잇따라 플래그십을 내놓고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캐딜락은 CT6, 볼보코리아는 S90, 포드코리아는 링컨 컨티넨탈 등이다. 판매량이 대폭 늘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넓히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산차 중에서도 프리미엄 인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가장 관심도가 높았던 차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내놓은 SM6다. 럭셔리 중형차 콘셉트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하면서 중형차 시장 판도를 흔들어놨다. 쉐보레 임팔라나 현대차 그랜저도 고급 이미지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내수, 초라한 성적 속에 ‘서민차’는 선방

▲ 중산층을 상징하는 쏘나타는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형차 시장도 프리미엄 열풍을 맞음에 따라 입지가 좁아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프리미엄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시장이 커진 것은 아니다.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 시장 규모 자체가 심각하게 쪼그라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몇 개 모델을 제외하고는 판매량도 급감했다. 작년도 베스트셀링카 쏘나타는 무려 21% 가량이나 판매량이 감소한 7만4,946대를 기록해 3위를 지키기도 버거워졌다.

그런 중에 판매량 감소율을 5% 아래에서 지킨 모델이 바로 현대차 포터와 아반떼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판매량 1위를 놓치지 않는다는 서민의 상징인 포터와, 국산 엔트리급 차량을 대표하는 아반떼. 11월까지 각각 8만6,977대, 8만6,005대를 판매하며 올해 1위를 두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

서민의 차에서 빼면 서러울 경차들도 올해 성적이 괜찮다. 스파크가 올해 11월까지 7만956대를 팔아치우며 1만8,857대나 성장했다. 유일한 경쟁자인 모닝 판매량이 1만1,413대 줄긴 했지만 스파크 증가분보다는 적다. 내년 신형 발매를 앞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 밖에도 선방한 차량들 상당수는 실용적인 모델이었다. 카니발이 6만146대를 판매하면서 4.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 봉고도 전년대비 10.3% 줄은 5만1,708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SUV 시장에서 쉽게 양극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는 인피니티 QX80, 재규어 F-PACE, 벤츠 GLS, 마세라티 르반떼, 볼보 XC90 등 수입 대형 럭셔리 SUV가 풍년이었다. 소위 말하는 ‘강남 싼타페’에 도전장을 낸 모델들이다. 인기도 나쁘지 않아서 앞으로도 수입차 업계의 ‘럭셔리’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산 SUV 시장에는 소형화 경향이 뚜렷하다. 소형 SUV 시장은 기아차 니로까지 뛰어들면서 몸집이 30% 가까이 커졌고, 준중형 SUV 모델들도 분위기가 좋다. 반면 럭셔리를 표방한 QM6와 싼타페 인기를 흡수한 쏘렌토를 빼면 중ㆍ대형 SUV는 상당한 판매량 감소를 겪어야 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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