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강 관리 중요한 대통령들 중엔 스포츠 애호가 존재
때때로 스포츠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돼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어린 시절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봤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선 우승팀이 백악관에 초대되곤 한다. 1996-1997시즌 NBA 파이널 우승팀 시카고 불스는 백악관에 초대돼 빌 클린턴(75) 당시 미국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때만해도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인 곳에 농구 선수가 왜 초대됐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국내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다. 종합 5위로 사상 최고 성적을 냈던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은 이명박(80)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연아(31), 이상화(32) 등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사실 대통령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건강 관리가 중요한 대통령들 중엔 스포츠 애호가들이 많았다. 23일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고인이 된 육사 11기 동기생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가장 좋아했던 통치자로 꼽힌다. 전두환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약 251야드(230m)까지 나간 장타자였고, 노태우는 쇼트 게임 등 섬세한 골프에 능했다고 한다.

김영삼(오른쪽) 전 대통령이 1993년 7월 방한 중인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깅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영삼(오른쪽) 전 대통령이 1993년 7월 방한 중인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깅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검도와 승마, 테니스를 곧잘 했다. 골프는 뒤늦게 배웠다. 고인이 1962년 남자프로골프 1세대 한장상(당시 육군 일병)에게 가르침을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새벽 조깅을 즐겨 했다. 1993년 7월 방한 중인 클린턴 대통령과 청와대 내에서 2.9km를 달렸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리가 불편해 스트레칭과 체조를 주로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전거, 낚시, 골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 골프, 박근혜(69) 전 대통령은 요가를 즐겼다.

대통령들은 때때로 스포츠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다. 군사정권에서 특히 그랬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1년 만들어진 ‘박스컵(Park's Cup)’이 일례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딴 대회로 개막전에선 박 대통령이 참석해 시축을 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1960년대 스포츠 사정에 밝은 한 지인은 “권력기관인 중앙정보부에서 양지축구단을 만들었다. 양지축구단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의 부훈에서 따왔다. 박스컵의 경우 기념우표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엔 그랬다”고 전했다.

1980년대 ‘3S(SportsㆍSexㆍScreen) 정책’도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 전두환과 노태우는 일본 우익계 거물 故 세지마 류조와 만나 정치적 조언을 받고 스포츠와 성(性), 영화 산업을 통치 도구로 활용했다. 프로야구(1982년)와 프로축구(1983년) 등 프로스포츠의 출범을 앞당긴 결과가 됐지만, 당초 시작 취지는 스포츠의 정치 도구화였다.

故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은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힘이라는 건 때론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정치적 힘이다. 24년 전 말쑥한 블랙 수트 차림의 ‘흑인 우상’ 조던과 나란히 서 있던 ‘백인 통치자’ 클린턴의 모습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클린턴도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이미 알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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