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구청 "'무허가 아파트' 사실 아냐"… 문화재청 입장 반박
입주예정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뚜렷한 대책 없어
지난 14일 열린 김포 장릉 옆 아파트 입주예정자와 건설사 간담회에서 입주예정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열린 김포 장릉 옆 아파트 입주예정자와 건설사 간담회에서 입주예정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 내 건설 중인 아파트 논란이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뚜렷한 대책 없이 공방전이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 꿈에 부풀었던 애꿎은 입주예정자들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는 지난 23일 문화재청의 김포 장릉 앞 검단아파트 공사 중지에 대해 “지난 2014년 이미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다”며 “‘무허가 아파트’라는 표현은 명맥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허가가 완료된 사안에 대해 2017년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서구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지난 2014년 8월 당시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고 이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을 진행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구가 이 같은 대응에 나선 건 지난 17일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해당 아파트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제2호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고시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서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해당 건축물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1월 김포 장릉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담당 지자체인 서구가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고 2019년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내줬다는 게 문화재청의 판단이다.

인천 서구청은 2014년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현상변경 등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청 제공
인천 서구청은 2014년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현상변경 등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청 제공

서구 측은 문화재보호법 제81조 제1항을 들어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는 ‘대물적 허가’로서 승계 가능한 것이고 법 제81조도 같은 취지에서 권리·의무의 승계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난 2017년 1월 강화된 규제 내용을 적용해 다시 허가받게 하는 건 법치국가 원리와 소급효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일명 ‘왕릉 아파트’ 관련 논란이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현재 문제가 된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단지 44개 동 총 3400여세대 중 대광이엔씨 시행 아파트 9개 동(735세대), 제이에스글로벌 3개 동(244세대) 등 총 12개 동 공사가 문화재청의 명령으로 중지된 상태다.

대책 없는 싸움에 속이 타는 건 내년 입주가 예정됐던 예비 입주자들이다. 이들은 당초 준공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됐을 경우 내년 6~9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중지되면서 이사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4일 열린 아파트 건설사와 간담회에서 입주예정자들은 연설문을 통해 “문화재청, 인천도시공사, 인천 서구청, 건설사의 안일하고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내 집 마련 꿈을 이룬 입주예정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과 서구, 건설사 측 모두 입주예정자들 피해가 최대한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교체 등 건설사들이 제출한 개선안을 검토했으나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건설사들은 건물 철거, 높이 하향 조정, 장릉과 아파트 사이 나무 심기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문화유산의 올바른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향후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 유지와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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