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낙연 전 대표, 출근시간대 맞춰 김포골드라인 탑승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 전화해 "쉽게 생각하지 말라"
국토부, 지자체 강한 반발에 "여의도·용산 연결 검토"
지난 17일 오전 출근시간대에 맞춰 김포골드라인 열차에 탑승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의원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치권에서 일명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릴레이 챌린지가 벌어지고 있다. ‘김부선’이라는 오명을 얻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여의도·용산까지 연결하는 등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7시 김포골드라인 장기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운양역과 걸포북변역, 사우역을 지나 풍무역에서 하차했다.

이날 일정은 김포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 혼잡을 직접 체험해보라고 권유하는 ‘김포골드라인 릴레이 챌린지’ 운동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전 대표는 풍무역에서 내린 후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개선 여지가 있느냐. 쉽게 생각하지 말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안된다. 4차 국가철도망 계획이 시간이 걸리는데 그것에 인색할 필요가 있냐. 시간이 가면 더 혼잡해진다”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체험을 마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시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가까이에서 아프게 체험했다”며 “저는 오늘 하루 아침이었지만 김포시민들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이 고통을 겪으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혹시 모를 감염의 불안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구 50만명 이상 수도권 도시 가운데 서울 직결 교통노선이 없는 유일한 곳이 김포”라며 “김포시민들에게 골드라인의 지독한 혼잡은 생존권의 문제이자 정의에 관한 문제가 됐다. 이 참담한 현실을 정부가 더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하루빨리 정부가 책임 있는 결단을 해야 옳다”고 힘줘 말했다.

김포를 비롯한 일부 서부권 지역 주민들은 이른바 GTX-D 노선으로 불리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계획이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만을 연결하는 것으로 확정되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말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김골라 챌린지’ 참여를 요구하며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 호소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스마트시티·한강신도시 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서울 강남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계획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민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지자체장들은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나섰다. 정하영 김포시장과 김포 지역 국회의원인 박상혁·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GTX-D 노선 축소와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을 4차 국가철도망 계획안에 반영하지 않은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2기 신도시 교통 대책에서 소외된 50만 김포시민을 교통 지옥으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본인의 SNS에 “동서를 잇는 중요한 노선인 GTX-D를 경기도민들의 바람과 달리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향후 최종 확정되기 전에 법률로 정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연히 경기도지사와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가 법률에 근거해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주길 바란다”며 “경기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자체의 강한 반발에 결국 정부가 꼬리를 내렸다. 국토부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열차 중 일부를 GTX-B 노선을 이용해 여의도 또는 용산역까지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B 노선과 선로를 공유해 GTX-D 노선을 여의도 또는 용산역까지 직결 운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반응은 석연치 않다.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더 좋지 않은 노선’이라며 원안대로 GTX-D를 강남·하남까지 직결되는 노선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하영 시장 또한 “어물쩍 여의도나 용산 연장안을 흘리면서 또 다시 국민들을 우롱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여론 가운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철도정책의 기본 뼈대인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노선 변경 등을 검토하면서 정책 신뢰성이 깨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또 지자체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이 사안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도 결국 ‘표심’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부천시와 김포시에 따르면 장덕천 부천시장과 정하영 김포시장,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 김상호 하남시장 등은 20일 오전 9시 부천종합운동장 1번 출구에서 ‘GTX-D 원안 사수·서울 5호선(김포한강선) 김포 연장 촉구’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광역 교통 개선 대책 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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