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산연 "구조 안전 따지는 현행 안전진단 제도 맞지 않아"
여당 내에서도 '완화' 목소리… 이재명 측 "기준 재검토"
서울 송파구 주공5단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주공5단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의 과도한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축소되면서 주택시장이 불안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간 줄곧 규제 일변도였던 여당 내부에서도 ‘완화’ 카드를 꺼내드는 등 변화 조짐이 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동주택 재건축사업 안전진단은 지난 200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제정되고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이 제정되면서 체계화됐다. 이후 정권 정책 기조와 부동산 시장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다.

건산연은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구조 안전에 큰 문제가 없고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주거환경 평가결과 E등급을 받는 경우 다른 평가 없이 바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경우에는 구조 안전 가중치가 50%로 대폭 강화된 새로운 평가체계 속에서 사실상 안전진단 통과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사업추진이 어렵고 현장에서도 객관성 결여, 투명성 등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현행 안전진단 제도가 초래하는 문제로 ▲주택공급 축소 및 공급축소 우려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 ▲과도한 사유재산권 및 자기결정권 침해 ▲‘재건축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리모델링’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효율 등을 꼽았다.

공급축소와 관련해선 “안전진단은 재건축사업의 사실상 첫 관문으로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에서 막혀있어 정비사업 본궤도로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재건축사업 신규 진입 제한은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 축소로 이어지며 이런 ‘공급절벽’ 우려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정비시장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기반시설 확충, 임대주택 공급, 공사비용 절감, 주거환경 개선, 자산가치 상승, 공사비 절감 효과에 있어 (리모델링 사업이) 재건축사업에 비해 열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재건축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리모델링을 하는 현 상황은 공익과 소유자 이익 모두에 있어 손해로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건산연은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개선을 위해 새로운 판정 기준 도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안전진단 제도를 합리화하거나 절대다수 소유자 동의 시 안전진단 면제 트랙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단순한 주택의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해진 최근 주택정책 환경 속에서 구조적으로 안전한가에 대한 여부에 따라 재건축 추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건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지 않다”며 “주거환경, 사회적 효용 개선효과, 안전성 여부, 소유자들의 사업추진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재건축사업 추진 가능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비시장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그간 투기수요 증가 우려를 이유로 재건축 규제 강화 방침을 앞세웠던 집권여당도 최근 완화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재검토하고 층고 제한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 정책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수용하면서 이 후보가 현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추가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진 의원은 “(이 후보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국민 기대를 뛰어넘는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현재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정리하고 있고 끝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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