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래 투자 리스크 분담·中 견제 위해 협력 필요
현대차와 반도체 동맹, 시스템반도체로 확장
LG와 OLED 동맹, 올레드TV 시장 지배력 강화
CJ와 콘텐츠 동맹, 고화질TV 시장 선점
삼성이 현대차, LG, CJ 등 국내 대그룹과 실용적인 新동맹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사진=각 사
삼성이 현대차, LG, CJ 등 국내 대그룹과 실용적인 新동맹 경영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사진=각 사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최근 대그룹사들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경직된 과거 기업 문화와 달리 요즘엔 자존심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신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라이벌 기업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영향을 미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났을뿐 아니라 금세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선 자국 기업 간 영역 싸움은 리스크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은 국내 여러 대그룹 계열사와 공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자국 내 기업 간 실용적인 협력 문화를 이끌어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도체 동맹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각각 세계적인 반도체 1위, 완성차 3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간 협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자율차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반도체 수요량이 급증한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국 기업 간 동맹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 기업 총수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도체 협력을 제안해 양사 간 반도체 동맹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스 등 고기능성 시스템 반도체를 출시함에 따라 양사 반도체 협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이 공동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삼성이 생산하거나, 현대차가 설계하고 삼성이 위탁생산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동맹설도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QD(퀀텀닷)-OLED를 공개하며 OLED TV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맹설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가 올해 목표로 잡은 OLED TV 출하량은 200만대 수준으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W(화이트)-OLED 패널을 200만대가량을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디스플레이 연간 생산능력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OLED 생산능력을 1000만대로 끌어올린 것도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OLED 제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TV 제조사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 양사의 협력은 중국 제조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서 DX 부문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이 과거 OLED TV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동맹설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한 부회장도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고 자존심보단 실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합작품인 OLED TV는 제품 개발과 상품 기획이 이미 완료된 상태"라며 "납품 수량과 시기가 조율 중으로 내년 상반기엔 북미와 유럽에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및 OLED와 같은 부품 동맹 외에도 콘텐츠 사업에서도 동맹을 추진했다. 형제 갈등으로 기업 간 왕래가 소원했던 CJ와 손을 잡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고화질 TV 시장 선점을 위해 콘텐츠 시장 큰손 CJ와 동맹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도 CJ ENM과 미래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구축해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양사의 이 같은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으면서 선대의 앙금을 청산하고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그룹이 젊은 총수들로 세대교체되면서 과거의 자존심과 경쟁 중심의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거세게 따라붙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실리를 추구하는 국내 기업 간 연합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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