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짠테크’의 모범은 곽윤기
‘부동산 큰손’ 서장훈·박인비
곽윤기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윤기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A 골퍼는 얼마 전 본지에 어려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속내를 전했다. 현재 투어 정상급 골퍼이기도 한 그는 “어렸을 때 집에 있던 가구들에 빨간 딱지가 붙여져 있었다. 학교를 다녀오면 이상하게도 가구가 하나씩 사라졌다”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압류됐던 것이다. 부모님께선 저를 골프 선수로 키우시느라 큰 빚을 진 채 생계를 이어가셨다”고 고백했다.

스포츠 선수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 ‘스타’가 되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애초에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선수가 되는 것 자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재테크는 필수다. 선수가 되기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일반 직장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은퇴가 빨라 노후 안정성도 취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곽윤기 유튜브 채널 화면.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캡쳐
곽윤기 유튜브 채널 화면.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캡쳐

◆ ‘짠테크’의 모범은 곽윤기

재테크에는 단계가 있다. 우선은 ‘짠테크(짜다+재테크)’가 기본이다. 스포츠계 짠테크의 대표 주자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맏형’ 곽윤기(33)다. 그는 부모의 검소한 소비 습관을 이어 받아 작은 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가계부에 차량 일지까지 쓴다. 50원, 100원 단위 더치페이도 서슴지 않는다. “주차비 1000원을 두고 함께 타고 온 4명이 더치페이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한 방송에서 밝히기도 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곽윤기는 돈방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받던 연금을 비롯해 새로운 포상금은 물론 엄청난 유튜브 수익까지 거머쥐게 됐다. 포상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3000만 원, 소속팀 고양시청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130만 명 안팎으로 치솟은 만큼 향후 나올 수익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곽윤기는 대회 기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한국 선수다. 시상대에 올라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는 등 끼를 숨기지 못한 그는 방송 섭외 1순위이기도 하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과 JTBC ‘아는 형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이미 섭외된 방송 프로그램만 5개에 이른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끝낸 그는 향후 방송가에서 틈틈이 얼굴을 비추며 출연료, 광고료 등 상당한 부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짠테크와 부수입으로 종잣돈이 모이면 ‘관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연차가 낮은 어린 선수들의 경우 흔히 부모에게 돈 관리를 맡긴다. 정상급 선수가 되거나 대형 매니지먼트사 및 소속팀을 만나게 되면 은행과 연계돼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 자산관리 전담팀은 전문 프라이빗뱅커(PB)를 비롯해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선수들이 재무 설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만큼, 자산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건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소속 골프단에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속 골프단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활동 중인 함정우(28) 등이 포진해 있다.

박인비. /KLPGA 제공
박인비. /KLPGA 제공

◆ ‘부동산 큰손’ 서장훈·박인비

한창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은 수익률이 좋은 펀드나 주식 등으로 자산을 증식해 나가기 마련이지만, 종목별 최고 선수들의 경우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자산이 든든히 갖춰진 최정상급 선수들은 부동산 재테크를 선호하기도 한다.

‘골프여제’ 박인비(34)는 부동산계 큰손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고급주택 'PH129'에 거주 중이다. PH129는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0층 29가구 규모의 고급단지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최고가를 찍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PH129 전용 273㎡는 지난해 3월과 7월에 각각 115억 원(14층), 100억 원(6층)에 거래됐다. 같은 해 11월에도 92억9070만 원(10층)에 거래된 바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본지에 “자산 여력이 있는 층에선 아파트도 ‘디에이치(현대건설)’와 ‘아크로(대림산업)’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한다. 차별화, 조망권 확보 등을 위한 것이다. 사실 정말 부자들은 희소성 있는 고급 주거공간 매수를 선호한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사는 고급주택들은 차별화는 물론 희소성과 독립성이 갖춰져 있다. 놀라운 수준의 보안도 자랑한다”고 귀띔했다.

은퇴한 농구 스타 서장훈(48)도 빼놓을 수 없는 부동산 거물이다. 그는 서울 서초동과 흑석동 건물을 비롯해 홍대 번화가 건물까지 어림잡아 40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딱히 재테크가 필요 없는 스포츠 스타들도 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9)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부호들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시카고 트리뷴은 “시카고 교외도시 하일랜드파크에 위치한 조던의 호화 저택이 부동산 시장에 나온 지 만 10년이 됐지만 여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조던이 1990년대부터 20년간 거주한 이 집은 2012년 2월 2900만 달러(약 348억 원)의 호가로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규모가 워낙 코고, 조던의 개인적인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됐기 때문인지 10년간 거래가 되지 않아 지금은 호가가 1485만 달러(178억 원)까지 떨어졌다. 물론 조던에게 걱정은 없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조던의 순자산은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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