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진칼 2대 주주로…취득목적 '단순투자' 공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반도와 연합 여부 '주목'
호반건설 사옥. / 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 사옥. / 호반건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호반건설이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은 아시아나항공 M&A 건으로 한국산업은행이 들어오면서 끝나는 분위기였지만 호반건설의 ‘기습’ 참여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율 13.97%)를 564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일자는 내달 4일이다.

호반건설은 이와 별도로 의결권 있는 주식 161만4917주와 신주 인수권 80만주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보유하게 된다.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주주 명부 폐쇄일(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 지분은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20.79% △KCGI 17.27% △반도건설 16.89% △델타항공 13.10% △한국산업은행 10.50% 등이다.

호반건설은 취득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다. 배당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일반투자’나 경영 참여 목적인 ‘경영참여’와 달리 단순투자는 주주총회 의결권만 갖는다. 따라서 취득목적을 변경하지 않으면 당장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단순 투자를 위해 한진칼 지분을 인수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진그룹 본사. /연합뉴스
한진그룹 본사. /연합뉴스

호반건설이 항공업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채권단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됐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기회라 판단해 한진칼 지분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호반건설에 지분을 매각한 KCGI는 지난 2018년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2020년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하는 등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조 회장 경영권 지지로 결국 3자 연합이 해체되면서 경영권 싸움 동력을 잃었다.

지난 23일 열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KCGI가 주주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조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반건설 참여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다시 안갯속을 걷게 됐다. 일각에선 2·3대 주주인 호반건설과 반도건설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두 건설사 합산 지분은 30%대 중반에 달한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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