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합, 공사변경 계약 취소 의결…사업단과 대립 지속
금융권, 둔촌주공 ‘기한이익상실’ 여부 논의 예정
계약해지 수순 밟을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게 돼
중단 10일 경과 전인 주말 분수령…서울시 중재 노력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제공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공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강대 강 대치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좀처럼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 주말이 사업 재개와 철회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 16일 정기총회를 열고 2020년 6월 체결된 공사변경 계약을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참석 인원 4822명(서면 결의 포함) 중 4558명(94.5%)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얻었다.

조합은 지난 2020년 전 조합장 체제에서 체결된 5600억원가량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해 절차상 문제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구성된 시공사업단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약이 이뤄졌다며 조합 측 주장에 반대했고 결국 지난 15일부로 공사 중단과 함께 둔촌주공 현장에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사업비를 조달했던 금융권에선 ‘만기 전 회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대출 금융사 17곳 대리은행인 NH농협은행은 이달 말 대주단 회의를 열어 사업 관련 현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주단 일각에선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대출 기한이익상실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이 조합에 빌려준 자금은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 이주비 대출 약 1조4000억원 등 총 2조1000억원 규모다. 기한이익을 상실할 경우 대주단은 만기 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주비 대출과 사업비 대출은 각각 7·8월에 만료된다.

금융사가 만기 전 회수를 결정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둔촌주공 조합원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선 공사 중단으로 인한 입주 지연과 대출 회수를 우려하는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제공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제공

조합원뿐 아니라 둔촌주공 현장 노동자들도 졸지에 일터를 잃게 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고용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는 4000여명 건설노동자가 일해왔다”며 “건설 현장은 저희에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생존의 일터”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합 측은 “총회 계약취소 안건 결의는 조합원들이 당시 왜곡된 정보에 속아서 잘못 투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대로 된 정보였다면 당시 안건에 찬성하지 않았을 거라는 조합원들의 진의를 확인한 과정이었다”며 “원만한 합의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협상에 (시공사업단이)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공사업단은 여전히 지난 2020년 체결된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시공사업단과 계약 해지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요일(25일)까지 공사 현장이 멈춰있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로 치닫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주말이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이번 주말에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합의를 이룬다면 사업은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설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선 서울시가 해결사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시는 강동구청과 함께 코디네이터를 배정해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중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중재는 결국 결렬됐지만 둔촌주공이 서울 전체 주택 공급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의견 좁히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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