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광고를 부착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
상업 광고를 부착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는 선수 유니폼과 모자, 헬멧에 상업 광고를 부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구단들은 유니폼 상의 전면, 어깨, 후면, 모자, 헬멧 귀덮개면, 포수 프로텍터 등 다양한 위치에 광고 패치를 단다. 

프로야구 전 경기는 TV와 포털사이트에서 생중계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노출 효과가 크다. 프로야구 유니폼이 '살아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유니폼 광고는 KBO리그 구단의 주된 수입원이다.

KBO리그와 달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그동안 선수 유니폼과 헬멧 등에 상업 광고를 붙이는 것을 금지해 왔다. 팀 로고와 MLB 사무국의 로고, 제조사인 나이키 로고만 유니폼에 붙일 수 있다. MLB 규정에 ‘선수 유니폼에는 승인된 것 외의 변경, 쓰기 또는 삽화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MLB의 오랜 전통이 깨졌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지난 3월 새 단체협약에 합의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유니폼 패치와 헬멧에 상업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23시즌부터는 MLB에서도 유니폼에 광고가 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인 빅리거 김하성(27)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달 20일(한국 시각) "2023시즌부터 유니폼 소매에 통신장비 기업 모토로라의 로고가 새겨진 패치를 붙일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유니폼에 상업 광고를 붙이기로 했다. 미국 매체 로이터통신은 "샌디에이고 유니폼 패치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4인치(약 10㎝)다"라고 전했다.

빅리그에선 유니폼 상업 광고 허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유니폼에 광고가 새겨지는 것에 반감을 갖는 선수와 팬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MLB 사무국과 구단들이 금기를 깬 건 '돈' 때문이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56) 본지 논평위원은 "일부 빅리그 선수들과 보수적인 팬들은 유니폼에 광고가 붙으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유니폼 상업 광고가 야구의 순수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MLB 사무국이 오랜 전통을 깼다는 비판에도 유니폼 상업 광고를 허용한 건 구단들의 재정 때문이다. MLB 구단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을 겪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찾고 있다. 유니폼 상업광고도 그 중 하나다"라고 짚었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성공 사례가 자극제가 됐다. 현재 북미 4대 프로스포츠(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중 유니폼 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건 NBA뿐이다. NBA는 2017-2018시즌부터 유니폼 광고를 허용했다. 모든 광고 판매는 각 구단이 책임지며 판매수익은 구단과 사무국이 반반씩 나눠 갖도록 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NBA 구단주들을 “돈에만 눈이 먼 맹목적 결정”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NBA 유니폼 광고는 팬들의 구단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NBA 브랜드의 로열티마저 파괴할 것이다”며 “구단주들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가장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혹평했다.

미국프로농구 NBA LA 레이커스는 지난해 9월 CJ 제일제당과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었다. /LA 레이커스 트위터 캡처
미국프로농구 NBA LA 레이커스는 지난해 9월 CJ 제일제당과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었다. /LA 레이커스 트위터 캡처

하지만 NBA는 유니폼 광고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NBA 유니폼 패치 광고 금액은 평균 연간 700만 달러(약 82억6000만 원)에서 1000만 달러(약 117억8000만 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에 따르면, NBA 유니폼 광고 수익은 구단 평균으로 연 700만 달러(약 89억2000만 원) 수준이다.

MLB의 유니폼 광교 효과는 NBA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MLB 각 팀은 NBA보다 80경기 많은 시즌당 162경기를 치른다. 광고 노출 시간도 MLB가 NBA보다 길다. 스포츠 비즈니스 업체인 밴 왜그너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는 "MLB 팀은 유니폼 광고 패치로 연평균 600만∼800만 달러(한화 약 76억4000만원~101억9000만 원)의 수익을 낼 것이다. 뉴욕 양키스와 같은 인기 구단은 더 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송재우 위원은 "MLB 구단들은 예전부터 유니폼에 광고를 붙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유니폼 광고가 좋은 수익창출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구실을 만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 구단 수익 극대화를 위해 NBA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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