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장시환(왼쪽)과 장민재.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장시환(왼쪽)과 장민재. /한화 이글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시즌 초반부터 핵심 선수들의 부상 악재에 시달렸다. 지난달 20일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32)와 마무리 정우람(37)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카펜터는 왼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고, 정우람은 어깨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2일에는 에이스 닉 킹험(31)이 상완근 염좌 진단으로 2주간의 휴식 소견을 받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안 그래도 마운드가 약한데, 외인 원투펀치와 마무리가 자리를 비우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한화엔 강한 '잇몸'들이 있었다. 베테랑 장시환(35)과 장민재(32)다. 장시환은 마무리 보직을 맡아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카펜터의 대체 선발로 나선 장민재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선발진 붕괴를 막았다.

장시환은 올 시즌 14경기(15이닝)에서 무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마무리를 맡은 4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7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7경기(7이닝)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6세이브를 올렸다. 이 기간 SSG 랜더스 김택형(7세이브)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세이브를 따냈다. 안타는 1개도 맞지 않았고, 볼넷 2개만 허용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단 0.29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지난 시즌 선발 투수로 뛴 그는 19경기에 등판해 무승 11패 평균자책점 7.04로 부진했다. 하지만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한화 이글스 장시환.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장시환. /한화 이글스 제공

비결은 스트라이크 비율 증가다. 장시환의 지난 시즌 스트라이크 비율은 57.7%였으나, 올 시즌 62.6%로 늘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올라가면서 경기당 삼진 수(6.13 → 8.10)는 증가했고, 볼넷 수(6.26 → 5.49)는 감소했다. 선발로 나섰을 때처럼 완급조절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타자와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은 “가장 큰 차이점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면서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 장시환이 갖고 있는 구위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 장민재.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장민재. /한화 이글스 제공

장민재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0(18이닝 7자책)으로 선전했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2일 SSG전에서 4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5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졌다. 4일 SSG전에서 4이닝 8피안타 1볼넷 3삼진 4실점(4자책)으로 흔들렸으나 10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4피안타 3볼넷 2삼진 1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했다. 이 기간 한화 선발 투수들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다. 지난 시즌엔 무승 2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데뷔 이래 가장 좋았으나 12경기, 29.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비시즌에 빅리거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과 함께 훈련하며 의욕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구원 투수로 출발한 장민재는 대체 카드로 선발진에 합류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걸(39) 한화 투수코치는 "경기 계획을 정말 잘 세워서 경기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 경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이 좋아지고 있다. 구속도 지난해 최고 구속 대비 시속 2~3km 올랐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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