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브라질전, 월드컵 모의고사 이상의 가치
실력은 물론 매너, 인성도 배울 만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네이마르가 패널티킥골을 성공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네이마르가 패널티킥골을 성공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브라질 축구 대표팀을 초청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 방한에 따른 파급 효과는 엄청났다. 200만 달러(약 25억 원) 이상 되는 수준의 초청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는 평가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들어 찬 관중 6만4872명의 입장 수익만 얼추 계산해도 초청 비용을 메우고도 남는다.

실익은 더 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A조 2위(7승 2무 1패·승점 23)로 통과하며 아시아 축구 강국을 자부하던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 미흡한 빌드업 축구의 한계를 절감하며 1-5로 대패했다. 한국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개인 기술은 물론 스피드와 조직력 등에서 철저히 압도 당하며 소중한 배움을 얻었다.

네이마르(30)는 발등 부상에도 2골을 넣었다. 그의 페널티킥 기술은 완벽에 가까웠다. ‘11m 룰렛’이라는 페널티킥은 사실 키커와 키퍼간 심리전에 가깝다. 네이마르는 심리전으로 국내 정상급 골키퍼 김승규(32)를 농락하다시피 했다. 느리게 반원을 그리며 걷다가 두 발로 빠르게 리듬을 타면서 마지막 슛 동작 도중 골키퍼가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한 후 반대 방향으로 공을 차는 기술과 여유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네이마르(맨 오른쪽)를 비롯한 브라질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근현 기자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네이마르(맨 오른쪽)를 비롯한 브라질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근현 기자

브라질 대표팀의 품격은 대단했다. 지난달 26일 조기 입국해 남산 타워와 에버랜드 등을 방문하며 시차 적응 겸 한국 관광을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경기 전 애국가 제창 때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바꿔준 일화부터 발등 부상에도 선발 출전해 77분을 뛰며 페널티킥으로 2골을 넣은 투혼, 퇴장하면서 관중을 향해 손을 들고 아낌없이 박수를 친 모습, 손흥민(30)과 유니폼을 바꾼 뒷얘기 등 네이마르와 관련된 미담도 끊이질 않았다.

브라질 대표팀이 승리 후 곧바로 1시간 가량 그 자리에서 훈련에 임한 건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경기 후 장내에선 “브라질 대표팀이 비공개 훈련을 요청했다. 팬 분들께선 경기장 밖으로 이동해달라”는 방송이 여러 차례 나왔다. 기자석 앞쪽 그라운드에서 회복 훈련을 진행하던 브라질 선수들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네이마르는 3일 ESPN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머무른 일주일 동안 너무 행복했다. 큰 사랑을 받았다. 믿기 힘들 정도였다.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좋아해주셨다“고 감격해 했다. 인스타그램에도 ”고마워요, 한국“이라고 게재했다. 그는 호텔을 나설 때와 출국 때도 화끈한 팬 서비스를 했다.

세계 최고 선수와 팀의 프로페셔널은 확실히 달랐다. 2019년 7월 방한해 1분도 뛰지 않은 어느 축구 선수와도 크게 대비됐다. 실력은 최고가 되기 위한 기본이요, 매너는 최고가 되기 위한 마침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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