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년간 매출 1000만원 음극재 기업, 478억 들여 지분 전량 인수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3000억 베팅도 화제
당장 실적 부진하나 향후 미래가치에 '통 큰' 투자
"지주사 재편 뒤 1,2호 M&A…성패 명확하게 갈릴 것"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리튬 염수 공장 착공식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출처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리튬 염수 공장 착공식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출처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재편 뒤 실행된 두 건의 인수합병(M&A)가 시선을 끌고 있다. 점찍은 두 곳의 현재 실적이 상당히 부진해서다. M&A가 잠재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포스코그룹의 투자 리스크가 다소 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회사 테라테크노스 지분 100%를 478억원에 전량 사들이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포스코홀딩스는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으나 테라테크노스 모회사인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테라사이언스가 이달 초 먼저 발표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 측도 "5일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는다"고 4일 시인한 상태다.

M&A 이유는 테라테크노스의 기술에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 초 지주사 체제 재편 뒤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그 중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음극재, 특히 실리콘 분야에서 테라테크노스가 좋은 기술 갖고 있다는 게 포스코홀딩스 설명이다. 음극재는 크게 인조 흑연과 천연 흑연, 실리콘으로 나뉜다. 실리콘은 리튬이온을 많이 담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을 인정 받고 있다.

다만 테라테크노스가 지난 2017년 설립 뒤 별다른 실적을 낸 기업이 아니어서 회사를 키우는 것은 포스코그룹에 적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테라테크노스는 2019년 매출이 없다가 2020년 800만원, 지난해 3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2019년 22억원, 2020년 18억원, 2021년 18억원으로 매출과 비교하면 큰 편이다. 흔한 말로 ‘연구실 기업’인 셈이다. 그럼에도 포스코그룹은 500억원 가까운 거액의 투자를 충분히 감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4일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술을 보유한 곳이 많지 않다"며 "기술 확보 차원에서 (M&A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테라사이언스 측은 같은 날 "(테라테크노스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올해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력 확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규모 투자도 불가피했다"며 지금이 매각 적기임을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의 이번 테라테크노스 인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달 비슷한 M&A 한 건을 단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룹 내 건물관리와 부동산임대, 골프장 운영 등을 맡는 포스코O&M은 지난달 인천 송도에 있는 회원제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인수했는데, 인수가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홀당 160억원으로 종전 홀당 95억원이던 국내 골프장 홀당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연간 1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수 년간 계속된 손실로 경영난 우려에 휩싸이고 있어서 포스코O&M은 이번 인수를 두고 무리수를 뒀다는 쓴소리도 들었다. M&A업계에서도 매각가를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수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국내에 몰렸던 골프 인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점도 변수다.

반면 국내 최고 골프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인근 송도 6·8공구에 국내 최고층 높이 ‘인천타워(가칭)’ 등이 세워지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가치가 크게 뛸 수 있다며 포스코O&M이 중장기 잠재력에 투자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잭니클라우스 골프장과 테라테크노스는 포스코그룹이 지주사로 새출발한 뒤 추진한 1, 2호 M&A라는 점에서 향후 성과를 놓고 많은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SK처럼 유망 기술 혹은 사업에 아낌없이 돈을 푸는 투자지주사로 변신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M&A 관계자는 "올 여름 두 건의 M&A는 포스코그룹이 기존 보수적인 색채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으로 ‘통 큰’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성패가 보다 명확하게 갈릴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