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함재기 F-35B 도입 사업, F-35A 구매로 인해 연기
경항모 기본설계 입찰은 아직 공고조차 나지 않아
현대-대우, "차분히 기다린다"...속내는 사업 취소 우려
방사청 "경항모 사업 취소 아냐...추진 방법 의사결정 중"
지난해 11월 해군이 창설 기념주간을 맞아 항모전투단 항진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영상을 공개했다. / 해군 제공
지난해 11월 해군이 창설 기념주간을 맞아 항모전투단 항진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영상을 공개했다. / 해군 제공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조선업계가 경항모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사업 일정이 지지부진한데다 일각에선 취소 얘기까지 돌아서다. 

한국 해군의 숙원이자 조선업계 최대 건함(建艦) 사업인 경항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현재 공군이 40대를 운용 중인 F-35A에 대해 추가로 20대 더 들여오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대신 이번에 착수될 것이라 예상됐던 해군 F-35B 구매는 후반기에 소요검증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군의 F-35B 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 

수직이착륙기인 F-35B는 경항모 함재기로 활용될 기체다. 함재기 구매조차 확실하지 않게 되면서 경항모 사업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아예 경항모 사업 자체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역점을 둔 경항모 대신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 체계 확립으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F-35A는 킬체인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사실 경항모 사업은 이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기본설계 예산 72억원이 통과됐지만 아직 방사청 입찰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조선업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으로부터 입찰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상태다.

두 업체 모두 "착실히 준비하며 차분히 기다리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속으로는 애가 탄다. 역대 최대 건함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두 회사 모두 힘과 집중력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과 함께 경항모에 들어갈 무기체계 및 레이더 개발 협력에 나섰다. 지난 2019년 10월 경항모 개념설계 수주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여세를 몰아 기본설계마저 따내 사실상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은 독도함, 마라도함 등을 건조한 HJ중공업과 손을 잡으며 기본입찰에서 반격의 서막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항모 건조 과정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건조로 나뉜다. 

조선업계에선 사업권이 어느 회사로 가느냐와는 상관없이 경항모를 완성시키는 것 자체가 한국조선업 위상을 몇 단계 더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경항모 사업이 취소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몇백억도 아닌 조 단위 방산사업이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쳤음에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항모 취소 가능성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관계자는 경항모 기본설계 입찰에 대해선 "지난달 예정됐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항모 사업은 이제야 선행연구 단계다. 연구결과가 가시화되고 사업추진 방법에 대한 의사결정이 돼야 그다음 입찰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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