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테니스 용품 매출 급상승
고물가로 잠시 주춤한 골프
테니스업계는 행복한 비명
김연아의 테니스 화보. /뉴발란스 제공
김연아의 테니스 화보. /뉴발란스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골프가 잠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테니스가 그 자리를 대체하려는 분위기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선 테니스가 트렌디한 스포츠 레저 종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테니스 용품 매출 급상승

테니스 대세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서서히 감지됐다. 관련 용품 매출, 중고 거래량 등에서 전조가 나타났다. SSG닷컴의 1~3월 테니스 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증가했다. 이 중 테니스 라켓 매출 증가율은 22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은 라켓(23%), 테니스복(18%) 등 관련 용품 매출이 40%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SSG닷컴에 의하면 6월에도 테니스·스쿼시용품 및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했다. 테니스라켓(130%), 테니스화(72%), 테니스공(20%) 등 관련 용품 매출도 같은 기간 대비 크게 늘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번개장터 집계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3개월(4월 18일~7월 17일)간 테니스 카테고리 거래액은 이전 3개월보다 50.1%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전거(27.5%), 골프(13.7%) 용품의 거래액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코인 테니스펍 등은 서울 강남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감각적인 조명과 바닥, 시설 등 인테리어도 딱 인스타그램 감성이다. 라켓은 대여가 가능하며 볼머신 공간 이용이 가능하다. 연습 모드와 게임 모드 등 설정해 스크린 테니스를 즐길 수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연아. /뉴발란스 제공
김연아. /뉴발란스 제공

◆ 고물가로 잠시 주춤한 골프

반면 기존 대세였던 골프는 요즘 분위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필드를 찾는 데 드는 그린피, 캐디피, 골프장 내 식비, 교통비 등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워진 게 큰 이유다.

2년 전까지 골프업계에서 일했던 김모(37) 씨는 “지난해부터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테니스는 장비도 간편하고 접근성도 좋다. 그런데 골프처럼 예쁜 디자인의 옷들도 많다”고 전했다. 과거 골프 관련 업체에 몸담았던 한 30대 여성도 “지난해 여름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최근엔 필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다.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요즘 고물가로 지갑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필드를 거의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골프붐’의 주역이던 2030세대가 하나 둘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골프용품들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만나볼 수 있었던 2022 XGOLF SHOW(엑스골프쇼)에서도 그 분위기가 엿보였다. 20일 엑스골프쇼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대체로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장년층과 노년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연인 등 젊은 층이 주로 찾았던 골프 전시회 때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현장 관계자가 “골프 클럽의 경우 적게는 50%, 많게는 80%까지 할인가에 팔고 있다”고 소개했지만, 막상 시타를 해보는 인원은 적었고 지갑을 여는 이들은 더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 마케팅도 테니스 열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몰 1층 아뜨리움 광장에서 체험형 테니스 매장인 ‘더 코트’를 운영했다.

테니스용품 브랜드인 윌슨을 비롯해 나이키, 바볼랏, 요넥스 같은 유명 브랜드들을 한곳에 모았다. 강우진 롯데백화점 스포츠 부문장은 "테니스는 전 세계에서 1억 명의 팬덤층을 가진 글로벌 스포츠이자 최근 MZ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레저 스포츠다. 행사는 ‘테린이(테니스+어린이의 합성어로 테니스 초보자를 의미)부터 전문가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의류, 용품 F&B 등을 총망라했다"고 말했다. 그 외에 김연아(32) 등 유명 인사들도 테니스 화보를 찍으며 테니스 열풍을 실감케 했다.

테니스 브랜드 윌슨 용품. /롯데백화점 제공
테니스 브랜드 윌슨 용품. /롯데백화점 제공

◆ 테니스업계는 행복한 비명

스포츠마케팅 회사 라이언컴퍼니의 최형진 대표이사는 골프와 테니스업계 사정을 두루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과거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골프 PR을 담당했던 그는 이제는 테니스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다.

최형진 대표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요즘 라켓, 볼, 의류 등 용품회사들에서 대체로 재고가 없을 정도로 테니스가 인기다. 서울에선 실외 코트 예약 잡기도 어렵다. 50~60대에 비해 MZ세대는 디자인과 기능 등에 따라서 깔맞춤 느낌으로 한번에 여러 개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어 “2030 여성들의 유입이 테니스 열풍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들의 옷이 예쁘게 나온다. 2030세대가 하기엔 가성비가 좋은 종목이다. 골프는 필드에 나가면 30만~40만 원은 족히 들지만, 테니스는 5시간을 해도 밥값 포함 5만~10만 원이면 된다. 테니스는 4명이 복식을 해도 1시간에 만 원이면 충분하다. 코인테니스 등 접근성도 좋다”고 덧붙였다.

최형진 대표는 테니스의 대중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에도 주목했다. 그는 “흔히 사람들에게 해외 유명 골프 선수를 물어보면 타이거 우즈(47) 정도 밖엔 모른다. 하지만 테니스에선 로저 페더러(41), 노박 조코비치(35), 라파엘 나달(36), 세레나 윌리엄스(41), 마리아 샤라포바(35·은퇴) 등은 대체로 아시더라. 대중적인 이미지가 있는데다가, 골프처럼 고급 스포츠란 인식도 있다”며 테니스 열풍의 이유를 짚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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