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소년 골프 선수들과 가족, 그린피에 큰 부담
골프장, 연령에 관계없이 '1인'으로 간주
대안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금제 차등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유소년 선수가 샷을 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유소년 선수가 샷을 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1년부터 골프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호황을 맞고 있다. 당시 해외 골프장 이용이 막힌 탓에 국내 골프장의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명과 암은 동시에 존재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가 크게 올랐다. 과도한 비용 인상으로 골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이는 유소년 선수들과 가족이다. 

◆ ‘억’ 소리 나는 유소년 골프 선수 지원비

예체능 선수를 키워나가는 데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금전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유소년 골프 선수들의 지원비는 어마어마하다. 시합과 연습 라운드 때 발생하는 그린피, 캐디피, 카트 사용료만 해도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이 든다. 시합이 많이 있는 시즌 때는 그 이상이 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내 훈련, 레슨비도 지원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정 기간마다 새로운 장비 구매도 필수다. 대회에 출전했을 때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식대, 숙박비, 이동비 등도 쌓이면 무시할 수 없다. 각종 비용들을 정산해 봤을 때 대략 연간 최소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최근 유소년 골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A 선수의 어머니는 “예체능 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금전적으로 엄청 부담이 많이 간다. 그린피, 캐디피, 식대, 이동비 등을 포함하면 하루에 30만 원 이상 나갈 때도 많다”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 경력이 있는 B 선수의 어머니도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대회 시즌이 되면 부담이 커진다. 그린피와 캐디피를 합치면 한 달에 25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대회를 안 나가거나 연습 라운드를 안 할 수는 없다. 특히 대회가 많을수록 그린피 부담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박성빈이 퍼팅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박성빈이 퍼팅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부담으로 다가오는 유소년 골프 ‘그린피’ 대안은

유소년 골프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입 모아 ‘그린피’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다. 골프장 그린피에는 나이에 따른 차등이 없다. 유소년, 청소년, 일반인 연령에 관계없이 ‘1인’으로 간주하고 동일한 요금을 받는다. 국내 골프장은 해외 골프장에 비해 그린피가 비싸다. 일부 유소년 골프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종종 상대적으로 그린피가 싼 해외 골프장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린피 때문에 매번 해외로 라운드를 나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강전항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골프장 어린이 요금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버스 요금도, 공원 입장료도 성인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골프장 그린피는 어린이나 성인이나 같다. 유소년 선수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면 좋겠다. 그래야 제2의 박세리(45), 제2의 고진영(27)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유소년 골프 그린피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A 선수의 어머니는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는 프로암 대회가 있었다. 이벤트성이었지만 유소년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런 프로암이나 무료 라운딩 등 혜택이 다양해지면 골프 새싹들이 더 잘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유소년들의 그린피를 낮출 수 없다면 골프장에서 프로 선수들과 연계해 유소년들이 직접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같은 게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B 선수의 어머니는 “학부모들이 ‘한국에서 유소년 골프 선수를 키우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골프는 실내 훈련으로 다 되는 게 아니다. 직접 잔디를 밟아야 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그린피 등 드는 비용을 생각해서 라운드에 못 나갈 때도 있다”라며 “골프장을 운영하는 곳에서 이익을 창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유소년 선수가 샷을 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라싸골프클럽에서 열린 BBQ 한국유소년골프 왕중왕전. 유소년 선수가 샷을 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쉽지 않은 어린이 요금제 현실화

골프업계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어린이 요금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골프 관계자 A 씨는 최근 “어린이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요금제의 차등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나이, 실력에 상관없이 사용자들은 모두 같은 1인이다. 어린이 요금제를 지정해 받을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프 관계자 B 씨는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프장에서 어린이 요금제를 도입하면 실내 골프연습장에서도 똑같이 가격에 차등을 둬야 한다. 현재 골프연습장에도 요금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다”라며 “골프업계가 다 연관성이 있다. 만약 골프장에서 요금제에 변화를 주려면 골프업계가 전체적으로 다 바뀌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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