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의 헐거운 행정력 도마 위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12년 만에 16강 진출 쾌거로 뜨거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었다. 개인 자격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 현장을 지켜본 한 트레이너가 대한축구협회(KFA)를 겨냥한 작심 발언이 후폭풍을 몰고 왔다. 축구계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KFA의 허술한 행정력이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덕수 트레이너는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요청을 받아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로 건너가 대표팀과 같은 숙소의 2701호에 짐을 풀었다. 이번 대회 기간 손흥민은 물론 태극전사들의 회복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KFA에는 트레이너 5명과 팀 닥터 2명 등 총 7명의 의무팀 직원이 있었으나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을 위해 안 트레이너를 직접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의무팀을 불신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KFA 측은 “사실 무근이다”라고 반박에 나섰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성적 때문은 아니다. 매 대회 때마다 의료팀을 둘러싸고 문제가 터지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황열병 예방주사에 대한 주치의의 판단 문제, 2015 호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이청용(34·울산 현대)의 몸 상태를 두고 잘못된 진단해 물의를 일으켰으며, 2019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트레이너 2명이 계약 문제로 대회 도중 팀을 떠난 적 있다.
'실수가 계속되면 실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쯤 되면 KFA 내부적으로 상세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축구는 과학이 아니지만, 과학은 축구를 도울 수 있다. 해외에선 스포츠 의학을 뛰어넘어 ‘스포츠 사이언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다친 선수를 빨리 그라운드로 복귀시키는 것 외에도 부상을 방지하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 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200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 사이언스를 도입했다. 그 투자 비용에만 수조 원에 이른다.
반면, KFA의 1년 예산은 1000억 원대다. 스포츠 사이언스 개념도 2018년에서야 도입됐다. 축구과학팀을 신설해 선수들 관리 비중을 높이기로 했지만 3년 뒤인 2021년 정몽규(60) KFA 회장 주도의 ‘애자일(Agaile) 조직’ 개편 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세계는 점차 스포츠 사이언스를 접목한 체계적인 축구에 열중하는데, 한국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최고의 행정력을 자부하는 단체가 최악의 행정력으로 선수들에게 불신을 심어준 셈이다. 이번 '2701호 사건'이 잘 말해주고 있다. 축구협회의 대표팀 지원 시스템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사태였다.
태극전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은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컸다. 월드컵 특수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건 단연 치킨 업계다. 외식 업계에 따르면, 치킨 업체 빅3(BBQ, 교촌치킨, BHC)는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른 2일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다. KFA 역시 유니폼 판매 수익, 경기장 배너 광고 등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둬들였다.
제대로 갖춘 의무 시스템만이 선수들의 불안과 불신,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다. 내년 예정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때에는 이 같은 반복된 실수는 없어야 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축구협회 건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다. 협회 쪽에서 이미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며 "시스템이 됐든 개편이 됐든 자료를 제출받는 대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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