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유재민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한스경제/ 유재민 변호사]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MZ세대 신입사원을 풍자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해당 콘텐츠를 보면 MZ세대 신입사원은 어려운 일을 싫어하고 문해력이 부족하며 이직을 자주 하는 세대로 묘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MZ세대를 극단적으로 희화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해당 콘텐츠에서 나오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주로 30·40대 팀장과 MZ세대인 점을 보면서, 적어도 콘텐츠에 나오는 회사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업무 분야라는 생각을 해본다. MZ세대가 지원조차 하지 않는 산업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2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도 책임지고 있는 분야가 있지만, MZ세대를 발견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가 있다. 바로 건설업이다. 대형 건설사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98% 이상을 차지한다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MZ세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미 건설 현장에서는 50대 이상 현장 종사자 비율이 60%를 넘고 있고 60대 이상 건설기능인력 비율은 40대를 넘었다.

왜 건설 현장에는 MZ 세대들이 없을까. 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여러 연구에서는 MZ 세대들의 주요 소비트렌드를 가치 소비(Meaning Out)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가치 소비의 판단 기준이 ESG라고 한다. MZ세대의 주요 판단 기준인 ESG 관점에서 건설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왜 건설 현장에 MZ세대들이 없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 

먼저 환경(E)의 관점에서 보면 건설산업 자체를 친환경 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서 쉽게 확인된다. 먼저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 보고서에 의하면, 건설산업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생산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47%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건설 현장에 배출되는 국내 건설폐기물의 양은 2020년 기준 8644만톤인데, 이는 국내 폐기물 총 발생량인 1억 9546만톤의 44%에 이른다. 

사회(S)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주요 지표인 산업재해율, 신규 채용, 협력사 관계, 공정거래, 노동 관행, 정규직 비율 관점에서도 건설업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을 보면 2022년 12월 한 달에만 전국 공사 현장에서 1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매년 4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현장점검을 통해 적발할 불법하도급은 1107건에 이른다.  

지배구조(G)의 관점에서 보면, 9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사실상 소수의 주주가 운영하고 있고, 주주와 이사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건설업 취업자 중 여성 취업자의 비중이 9%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행한 ‘건설업 ESG 경영 실태와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건설업은 ESG의 전 분야에 있어 취약하고, 특히 사회, 지배구조 분야의 경우 근로자의 안전, 산업 재해, 윤리 경영 측면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기존 건설업 종사자들은 MZ세대들이 나약하고 힘든 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 오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MZ세대들이 ESG 관점에서 우수한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굳이 ESG가 취약한 건설 분야에 지원할 이유가 있을지 반문해본다.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고 조금씩 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떤 기업은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여 재생에너지와 환경친화적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회사 사명도 변경하였다. 젊은 세대가 유입되지 않는 분야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건설업계도 ESG는 필수이자 생존의 문제이다.

 

유재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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