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도쿄 선언' 전날 삼디 방문 이유 관심
QD OLED 수익개선·디스플레이 투자 구상 행보
삼디-LX세미콘, DDI R&D 협력…공급망·업황 부진
"삼성 안정적 공급처 확보, LX 고객사 다변화"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범LG가(家)인 LX세미콘과 반도체 동맹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아산을 찾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전시된 디스플레이 제품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전시된 디스플레이 제품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깜짝 방문해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패널 생산 라인을 직접 둘러보고 차세대 기술개발 전략 등을 점검했다. 이 회장이 아산캠퍼스를 찾은 이날은 조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40주년(8일)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한 것을 두고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QD OLED의 수요 증가와 수익성 개선, 제품 라인업의 외연 확장 등 이 회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글로벌 불황과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이 회장의 새로운 투자 구상 행보로 풀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패널 수율도 85%까지 끌어올려 QD OLED 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팹리스)인 LX세미콘과 삼성 스마트폰 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이대로라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X세미콘의 DDI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과 LG가인 LX그룹이 사업에서 손을 맞잡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때마침 이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두 그룹 관계와 고객사 경쟁으로 그간 협력 사례가 거의 없던 양사가 기존 관행을 깨고 협력하게 된 것은 공급망 문제와 업황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IT 기기 수요 등이 갑자기 폭증하면서 DDI가 품귀 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엔데믹 등의 영향으로 IT 기기 수요가 둔화돼 DDI 품귀 현상은 완화됐지만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두 회사 간 협력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PC용 패널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DDI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매그나칩, DB하이텍 등으로부터 공급받았다. 

또 LX세미콘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 LX세미콘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양사가 손을 잡은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LX세미콘 실적은 지난해 3분기부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LX세미콘은 대형 DDI 비중을 줄이고 소형 DDI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강점인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과 함께 중·대형 제품의 수요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는 두 회사 모두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 육성 기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마련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LX세미콘은 1999년 설립된 실리콘웍스가 모태인 회사로 글로벌 DDI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LG그룹에서 LX그룹으로 계열 분리됐지만 여전히 범LG가에 속해 있는 기업으로 주로 LG디스플레이에 DDI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X세미콘 관계자는 "고객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DDI뿐만 아니라 터치 집적회로(IC)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LX세미콘은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 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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