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국 4년제 대학 191곳 중 올해 등록금 인상 대학 12곳
대학 등록금 인상 동참 우려...내년 등록금 인상률 범정상한 5%대 전망
한 대학교 등록금 고지서. / 연합뉴스
한 대학교 등록금 고지서.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올해 대학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이 최소 12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4년제 대학의 약 50%도 등록금 인상 계획을 검토 중이다. 15년째 이어져온 등록금 동결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측은 "전국 4년제 대학 191곳 중 2023학년도에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2곳(6.3%), 동결한 대학은 148곳(77.5%)이다"며 "교육대학은 8곳 모두 등록금을 올렸고, 사립대의 경우 동아대를 비롯해 4곳이 인상을 결정했다"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사립대인 청주대는 유일하게 등록금을 인하했다.

대학 등록금은 교육부의 규제로 2009년부터 사실상 동결됐지만 고물가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동참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교육부 기자단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 검토 여부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14명 중 △ 내년께 계획이 있다고 밝힌 총장이 45명(39.5%) △ 올해 1학기 계획이 있다고 한 총장은 10명(8.8%)이다. 

정부가 동결·인하 대학 등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고 있다. 이 부분을 포기하고 법정 상한의 범위 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국가장학금은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나뉜다. 소득 8구간 이하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게 주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올해 3조6486억 원이 지원된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는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인 3800억 원을 지원한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하는 대학생 중 대학별 선발 기준을 충족하고 학자금 지원 구간 9구간 이하인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 

교육부는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를 포함해 총 329개 대학 가운데 매년 260여 개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는다'고 알려왔다. 그간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규제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률 확대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는 것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수익이 더 커졌다. 

실례로 동아대는 과거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금으로 약 20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등록금을 3.95% 인상해 50억 원 가량의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금 인상으로 지원금을 받지 못해도 약 30억 원 이익인 셈이다.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개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에 따라 등록금을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은 4.05%다. 지난해 1.65%였던 상한선은 최근 물가급등으로 4%까지 치솟았다. 내년에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상당수 대학이 내년부터 등록금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해주기를 요청한다"라고 당부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물가 상승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페널티를 주거나, 동결한 대학에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최근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올해 동결·인하 기조로 선회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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