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그룹, 美 전기차 매출 '뚝'...'K배터리' 합종연횡 가속화
테슬라·볼보·노스볼트 등 글로벌 기업, 美 공장 확장 의지
EU, 美 협의 도출 한편 대응 법안 CBMA 발표 앞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기점으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씨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전 세계가 열을 올리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을 골자로, 친환경부터 에너지 전환까지, ESG 관련 다양한 법안과 규제가 기업들을 단속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거나 시행 예정인 규제 여섯 가지를 확인하고, 각 나라와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인플레이션감축법(IRA) ②탄소국경조정제도(CBAM) ③리파워EU ④RE100 ⑤배출권거래제(ETS) ⑥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탈퇴하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 정책을 펼쳤다. 그런 트럼프를 비판하며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또 다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펼치며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 정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7400억달러(약 960조원) 규모의 IRA는 미국 기후 변화 대응과 서민 의료 지원의 투자를 골자로 한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자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해 3740억달러(약 485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IRA 가이드북'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제품에만 인센티브 신청 자격을 줬다.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는 조건을 충족한 배터리를 사용해야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최소 50% 이상을 생산하고 조립해야한다. 2029년엔 100%로 확대된다. 보조금은 최대 7500달러(약 972만원)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국가와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모습. /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모습. / 현대차 제공

◆'발등의 불' 완성차업계·'호재' K배터리...정부는 고군분투 
IRA 발표 당시, 한국 정부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발표 내용을 몰랐던 정부에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정부 관료와 재계 인사들은 미국을 찾아 IRA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현재 정부는 3월 중 발표 예정인 IRA 후속조치에 대해 빠른 처리를 요청했다. 정부는 IRA에서 핵심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한국기업이 주로 광물을 들여오는 국가를 포함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 중이다. 여기에 IRA를 우회한 포드·중국 CATL의 배터리공장 설립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현재 법안대로 라면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서 팔고 있는 아이오닉5·코나EV·제네시스 GV60·EV6·니로EV 등의 전기차 모델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IRA 새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법안의 영향은 여실히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2개월 연속 월간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지만 IRA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12만211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6.2% 증가했다. 현대차, 기아 모두 2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실적이다. 그러나 IRA 보조금 문제가 남아있는 전기차는 14.1% 감소한 5091대가 판매됐다. 특히 EV6 등 기아 전기차는 감소율 31.4%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는 IRA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리스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최근 전기차를 월단위로 대여하는 구독서비스 '이볼브 플러스(Evolve+)'를 출시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코나EV를 월 699달러에, 아이오닉5를 월 899달러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일 단위 대여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절반가량 저렴하다는 것이 현대차 미국 법인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가 상업용 친환경차 구입 시 북미 생산 여부를 떠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추가 지침 발표가 영향을 줬다.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미국 리스 회사가 구매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시장 리스차 가운데 전기차는 5% 미만이지만 이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반면 다수 전문가들은 IRA가 K배터리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에서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메리 바라 GM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은 30∼50기가와트시(GWh)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3조~5조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GM과 함께 오하이오주 합작1공장 양산에 들어갔다. 이어 올해 말 양산을 앞둔 테네시주의 합작2공장은 50GWh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같은 규모인 미시간주의 합작3공장은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혼다와 함께 지난달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 가공식을 열었다. 2024년 완공,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연간 생산능력 40GWh 규모로, 이곳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북미 혼다 공장에 독점 공급된다.

이밖에 다양한 기업이 IRA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주 광물 탐사 전문기업 진달리리소스와 함께 미국에서 점토리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진달리리소스가 점토리튬을 시추해 제공하면, 포스코홀딩스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공동으로 최적의 리튬 추출공정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 기업인 미국 'CF 인더스트리스'와 손잡고 청정 암모니아 생산에 나섰다. IRA에 따른 현지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 육성 정책을 활용해 사업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테슬라 모델S.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S. / 테슬라 홈페이지.

◆美 공장 설립에 열올리는 글로벌 기업...빌 게이츠 "IRA 개선 필요"
이번 IRA법안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늘어났다. 테슬라·노스볼트·폭스바겐·볼브 등 기업들은 미국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테슬라는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의 일부 투자를 축소하고 북미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IRA에 따른 틀 때문에 테슬라의 배터리 셀 생산은 현재 미국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한 볼보 회장인 마틴 룬스테트는 지난달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IRA로 미국에서 친환경 트럭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유럽에서 균형 잡힌 패키지가 없다면 북미 수요가 더 빨리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볼보는 원통형 배터리 도입도 확정했다. 미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원통형 탑재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칼슨은 지난달 CNBC과 인터뷰에서 "회사가 북미 공장에서 작업하고 있다"며 "IRA에 따른 매우 강력한 인센티브로 터보 부스트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노스볼트는 독일 하이데 공장 공장 설립 전 북미 확장의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11월 미 캔자스주에 약 40억달러 규모의 신규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달 북미 배터리 부문 대표인 앨런 스완은 "추가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지을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캔자스주 공장 건설 발표 두 달 만에 또 다른 배터리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앞다퉈 IRA의 세액제공을 노리고 있지만 반발과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과 협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응 법안을 예고했다. 유럽 전기차업체들은 미국 세액공제를 받게 됐지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했다. IRA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원자재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추출·처리해야한다. 2027년엔 80%이상으로 강화된다. 

EU는 미국과 FTA를 맺고 있지 않아, 별도 배터리 분야 협정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10일 미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게 된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담을 통해 IRA 관련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면담을 갖고 "IRA 해석에 관한 미국과 협상, EU 내 투자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판 IRA 발표도 앞두고 있다. EU 역시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EU 집행위는 오는 14일 핵심운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CRMA는 최근 역내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골자로 한 그린딜 계획에 포함됐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 /연합뉴스
빌 게이츠 MS 창업자. /연합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IRA의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자동차와 관련 모든 분야에서는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며 "전기차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IRA가)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아닌 수소산업의 지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이츠는 "친환경 수소 산업은 본질적으로 없다. 향후 10년 간 유럽 정부는 자국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미국 역시 자국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며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 대해선 건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는 시장 기대보다 약 4배 더 비싸다. (IRA를 통해) 대규모 개발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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