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 /KBL 제공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 /KBL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2-2023시즌 프로농구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양 KGC인삼공사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플러스 요소는 없고 마이너스 요소만 있었기 때문이다.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승기(52) 감독과 지난 시즌 팀 내 평균 득점 2위였던 주포 전성현(32)이 나란히 고양 캐롯으로 둥지를 옮겨 전력이 약해졌다.

김상식(55) 신임 감독의 지도력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김상식 감독은 KGC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2008-2009시즌 잠깐 대구 오리온스 사령탑을 지낸 것 외엔 주로 코치나 감독대행을 맡았다. 또 2014년 서울 삼성의 감독 대행을 지낸 이후 8년간 프로농구 판을 떠나있었다. 

그러나 KGC 인삼공사와 김 감독은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최강자로 우뚝 섰다.

KGC는 2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2위 창원 LG가 서울 SK에 69-74로 패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뒤이어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KGC는 원주 DB를 76-71로 꺾고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자축했다. KGC가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2번째다. 

올 시즌 정규리그는 그야말로 ‘KGC 천하’다.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에 이어 프로농구 사상 역대 3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일부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것)’ 우승을 일궜다.

KGC의 우승을 이끈 쌍두마차는 변준형(27)과 오마리 스펠맨(26)이다. 2018-2019시즌 KGC에 입단한 가드 변준형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27일까지 경기 평균 29분44초를 소화했다. 평균 득점은 14.1점으로 지난 시즌과 비교해 2점이 늘었고, 필드골 성공률(48.3%)과 3점슛 성공률(35%) 모두 지난 시즌보다 상승했다. 경기운영 능력까지 좋아져 명실상부 리그 정상급 가드로 발돋움했다. 김 감독은 "변준형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과정에서 중추적 구실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 맹활약한 스펠맨은 올 시즌에도 KGC 공격의 선봉장 노릇을 했다. 평균 19.9득점(2위), 9.9리바운드(7위), 3점슛 2.8개(2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공헌도는 1661점을 기록해 이 부문 전체 6위, 팀 내 1위를 달린다.

수비의 핵 문성곤(30)도 변함없는 기량으로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탰고, 아시아쿼터로 KGC 유니폼을 입은 렌즈 아반도(25)는 화려한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베테랑 오세근(36)과 양희종(39)은 팀의 중심을 잡았다.

김상식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KBL 제공
김상식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KBL 제공

KGC의 우승 비결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건 김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덕장’ 스타일인 그는 ‘소통’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경기 중 작전타임 때도 웬만하면 호통을 치지 않는다. 선수들을 다그치는 대신, 특유의 온화한 카리스마로 보듬는다. 또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선수 각자 가진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감독은 “기술 훈련과 전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실수도 하고 잘못할 때도 있지만, 다그치고 혼내기보단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 시스템에 코트에서 뛰는 선수 5명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여 기회를 창출하고 적극적으로 3점슛을 시도하는 ‘모션 오펜스’를 덧입혀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이제 KGC는 2016-2017시즌에 이어 구단 역사상 2번째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다음달 13일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봄 농구’에 돌입한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확실히 증명하려면 통합우승을 해야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오세근도 "정규리그 1위의 마음은 오늘 끝내고, 다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며 "우선 4강에 집중해야 한다. 자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서울 SK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줬다.

한편, KGC의 프랜차이즈스타 양희종은 26일 DB전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연세대 출신인 그는 2007년 2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안양 KT&G에 입단해 이번 시즌까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GC 구단은 이날 하프타임에 양희종의 은퇴·영구결번식을 열었다. 그의 등번호 11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1997년 프로농구 원년부터 출범한 안양 SBS 시절을 포함해 구단 최초 영구결번이다. 코트와 작별을 고한 양희종은 "만남은 즐겁지만 헤어짐은 마음이 아프다. 떠난 선수들,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립기도 하다"며 "팀에 남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KGC인삼공사의 이름을 더 빛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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