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년 내 프로 선수들에 적용 예정
골프공 업계는 규제 반대 및 예의주시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최근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PGA 투어 페이스북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최근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PGA 투어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골프 역사는 ‘비거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거리의 역사는 골프 클럽을 비롯해 골프공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골프채가 발전하고 공 역시 재질이 변화하고 딤플(분화구 형태의 홈) 등이 생겨나면서 비거리가 크게 향상됐다.

◆ 3년 내 프로 선수들에 적용 예정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최근 골프공의 비거리 규제 조치를 예고하면서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R&A와 USGA는 골프공을 시속 127마일(약 204.4㎞)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공이 비거리 317∼320야드(약 289.9~292.6m) 이상을 나가지 못하도록 2026년까지 규정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R&A와 USGA의 계획대로 규정이 바뀔 경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티샷 거리는 15야드(약 13.7m)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골프공 비거리 규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의외로 규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혀 더 부각됐다. 인터넷 방송 ‘노 레잉업’이 공개한 인터뷰를 보면, 그는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비거리 규제 조치에 찬성한다"며 "동료 선수들이 대부분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제 생각에 이 조치는 누가 최고의 선수인지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규정은 프로 선수들에게만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멀리 내다보면 아마추어 골프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야구에서 프로 선수들은 나무 배트를, 어린 아마추어 선수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처럼 골프에서도 이제 용품(골프공)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간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 엇갈리는 주장과 그 이유들

한국스포츠경제는 3일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40대 초반의 한 아마추어 여성 골퍼는 “골프채도 고반발채가 많이 나왔고 공도 비공인 공이 있는 등 다양해지고 좋아졌다. 옛날에 비해 요즘엔 골퍼들의 신체 스펙도 좋아져 비거리가 한없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규제를 반대하는 쪽도 많다. 한국골프연맹(KGF) 소속의 임도겸 프로는 “규제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규정을 어긴 샤프트나 공에 대해선 규제해야겠지만, 비거리 자체를 규제하는 건 골프의 기본적인 부분에 어긋나지 않을까 한다. 차라리 골프장 설계를 변경하든지, 내용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골프공 비거리를 규제하는 건 반대다”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골프에선 반발력 등 기본 기준이 있는데, 그거에 맞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연습량과 운동 신경 등에 의해 성적이 갈린다. 골프공 비거리 규제는 곧 연습량이나 운동 신경까지 어느 정도 규제하게 되는 맥락이다. 그건 아니라 본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 투어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한 베테랑 아마추어 골퍼 “우리 입장에선 골프를 잘해보겠다고 연습하려는 의지까지 꺾어버리는 조치다”라고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규정을 다르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대다. 프로도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선 연습할 의지를 꺾어버리는 조치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각 협회 페이스북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각 협회 페이스북

◆ 골프공 업계는 예의주시

레슨 프로가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취미로 즐기는 골퍼에게 재미를 떨어뜨리는 규칙 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 다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는 공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스틴 토머스(30), 브라이슨 디섐보(30·이상 미국) 등 PGA 투어와 LIV 골프 등에서 뛰는 남자골프 정상급 선수들도 규제에 강력히 반대했다. PGA 통산 15승에 빛나는 토마스는 “USGA는 그간 이기적인 결정들을 해왔다. 그 결정이 어떻게 골프 경기를 성장시킬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은 공을 쓰는 게 골프의 특징인데 아마추어 골퍼들이 나, 스코티 셰플러(27·미국)가 쓰는 공을 사지 못하게 되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라고 부연했다. 디섐보도 “1000배 반대한다. 더 멀리 공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에겐 큰 핸디캡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공 업계는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조업체 아쿠쉬네트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아쿠쉬네트는 "골퍼들은 프로 선수들을 보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같은 샷을 하고 싶어 한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같은 장비와 볼을 쓰는 것은 골프에서 강력한 긍정적인 힘이다. 우리는 장비의 분리가 골프의 장기적인 안녕에 해로울 것이라 믿는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비공인 골프공을 출시한 한 브랜드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PGA 투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공 비거리 규제는 일단 프로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직 저희가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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