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자부는 역대급 흥행
남녀부 동반 성장은 큰 숙제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2-2023시즌 프로배구 V리그가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주관 단체인 한국배구연맹(KOVO)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남녀부 간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 여자부는 역대급 흥행

배구연맹이 최근 공개한 지난 시즌 시청률·관중 자료에 의하면, ‘김연경 효과’를 본 여자부(1.23%)는 평균 TV 시청률에서 남자부(0.62%)를 2배 가까이 앞섰다. 올 시즌 여자부는 2020-2021시즌(1.29%)에 이어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 2위를 기록했으나, 남자부는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1.12%·2018-2019시즌)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6일 끝난 여자부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 5차전 시청률은 3.40%로 역대 V리그 단일 경기 시청률 1위를 찍었다. 2위인 2018-2019시즌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 3차전 시청률 2.67%를 크게 앞질렀다.

관중 수 기록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여자부(34만7267명)는 관중 동원에서 남자부(21만4178명)를 크게 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8-2019시즌과 비교하면 남녀부 관중은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남자부는 2018-2019시즌(32만4682명) 대비 약 34%가 떨어졌고, 여자부는 2018-2019시즌(25만1064명)과 비교해 약 38.3%가 증가했다.

한 경기 최다 관중수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남자부 한 경기 최다 관중 수는 3월 26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기록한 3504명이다. 여자부는 지난 6일 인천에서 펼쳐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 5차전 때의 6125명이다.

'김연경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간 관중 자료를 살펴보면, 당초 여자부 관중 수는 남자부 관중 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연경(35·흥국생명)이 해외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20-2021시즌부터 역전됐다. 김연경이 다시 해외리그(중국)로 떠난 2021-2022시즌에는 앞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후광이 관중 유입에 큰 영향을 줬다. 2021-2022시즌에도 여자부 관중 수가 남자부보다 5만7000명 이상 많았고, 김연경이 다시 복귀한 올 시즌에는 여자부 관중 수가 무려 13만3000명 이상 남자부를 상회했다.

올 시즌 초반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의 경기 관중. /KOVO 제공
올 시즌 초반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의 경기 관중. /KOVO 제공

◆ 남녀부 동반 성장은 큰 숙제

사실 배구연맹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남녀부의 비대칭 흥행을 우려해왔다. 연맹 관계자는 “남자부와 여자부가 함께 흥행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당장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흥행의 원천은 결국 거물급 스타의 존재와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남자부에는 여자부 김연경만 한 세계적인 선수가 없다. 대표팀의 경쟁력 또한 남녀부는 크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남자부는 최근 3년간 대한항공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면서 재미가 반감됐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여자배구의 독립 운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근 만난 배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프로배구도 프로농구와 여자프로농구처럼 남녀부를 따로 독립해 운영하는 건 어떨까 싶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여자부의 역대급 흥행은 ‘김연경 효과’ 덕분이기도 하다. 그의 은퇴 후 변화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에도 여자부의 인기가 유지될 것이란 확신은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일단 다음 시즌까진 김연경을 볼 수 있어서 리그 전체적인 관점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라면서도 이후에 대해선 걱정을 표했다. 배구계는 보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남녀부의 동반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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