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제활동 가능 장애인 67만명...이 중 참가율 '64.9%' 
의무 고용률 달성 기업 절반도 안돼...대기업 63.6%는 달성 못해
고용부담금 납부 기업은 절반 넘어서...고노부·복지부도 납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A씨는 20여년 전 뇌출혈로 인해 왼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A씨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결국 1인 사업장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일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만 우리가 일할 곳은 없었다. 장애인 채용글을 보고 가서 면접을 보면 일할 수 있겠냐고 되묻더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의무고용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 고용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 임금의 60~100%' 수준에 불과한 법정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의무 고용률을 지키는 것보다 손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순고용률 '2.4%' 불과...기업 규모 '클수록' 의무고용률 달성은 '낮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2년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전체 5.1%가량이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 연령인 15~54세 장애인은 약 67만명이다. 그러나 이 중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38.1%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4.9%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률은 36.4%로, 전체 고용률 63%의 절반 수준이다.

고용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공공과 민간기업 등이 상시 근무자 50인 이상인 경우 장애인을 최소 3.1%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의무 고용률은 각각 5%, 6%다. 

현재 장애인 고용률은 2021년 기준 정부와 민간을 합해 3.1%를 기록했다. 정부는 3.83%로, 민간은 2.96%로 확인됐다. 이 역시 중증장애인을 1명을 '2명'으로 간주했기에 가능한 수치로, 순고용률은 2.4%에 불과하다.

낮은 의무 고용률임에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의무 고용률을 달성한 비율은 감소했다. 고용의 의무가 있는 50명 이상 기업체의 34.1%가 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한 반면 1000명 이상인 대기업은 무려 63.6%가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매년 고용률을 조사해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기업들을 발표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명단공표 대상이 되거나 고용률이 현저히 낮은 곳들은 기업명을 공개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다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서 제재를 받는 등의 불이익은 없다. 

10년 연속 명단공표기업에 속한 기업은 74개사다. 이들 중 1000명 이상인 대기업은 11곳으로, 고용률 0.5% 미만인 곳은 리치몬트 코리아와 부루벨코리아였다. 그 밖에 HMM·학교법인 일송학원·쌍용건설·한국씨티은행·다인맨파워·코디서비스코리아(고용률 0.5~1%미만) 등이 포함됐다.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체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연합뉴스.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체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연합뉴스.

◆은행도 교육청도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
최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장애인고용 부담금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은 항목들을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고용률 준수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인 기업체 중 최근 3년 이내 부담금 납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회사는 전체 53.8%로 나타났다. 이들 중 장애인 고용기업체의 53.7%, 장애인 미고용 기업체의 54.0%가 부담금 납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고용률 준수 대신 부담금을 택한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이 크다. '장애인 고용부담금'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장애인 부담금 납부 기업체는 8591개소로, 2016년(7877개소) 대비 약 9% 증가했다. 납부 비용 역시 2017년(4347억원)보다 75%가량 증가한 7676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 은행들 역시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 지난해 200억원이 넘었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이 지난해 장애인 의무 고용 미달로 인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총 206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45억원 지불,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44억8000만원) △우리은행(43억5000만원) △하나은행(39억6000만원) △농협은행(30억9000만원) △기업은행(3억1000만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 대다수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미흡했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하나은행이 0.87%로 가장 저조했고, 신한은행도 0.91%로 1%를 넘지 못했다. 기업은행만이 3.24%의 고용률로, 의무 고용률을 준수했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공기관이 납부한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누적액은 1339억원4900만원이다. 특히 2021년에는 2017년(185억9300만원) 대비 29.7% 증가한 264억6800만원을 기록했다.

5년간 고용부담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곳은 경기도교육청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납부한 부담금은 5년간 총 226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장애인 관련 소관 부처까지도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장애인 고용담당인 고용노동부는 5년간 7억9000만원을, 복지담당인 보건복지부는 3억5800만원을 납부했다.

기업들은 고용률을 늘리기 위해서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32년 전 시행된 이후 법안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해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장려금 증액(23.8%), 부담금 인상(1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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