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체부 "원안대로 부위원장과 사무총장 '2인 체제' 유지해야"
대한체육회 "이창섭 상근 부위원장이 사무총장 겸임해야"
대회 관계자 "빨리 결정이 나서 최대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가운데)이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가운데)이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설립으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3월 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 창립총회를 열고,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사무총장으로, 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상근 부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조직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체육회에서 유치 협약서에 명시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윤 사무총장을 해촉하고, 이 상근 부위원장의 사무총장 겸임을 요구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체육회의 의견을 반영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체부가 “공모를 통해 뽑은 윤 사무총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원안대로 부위원장과 사무총장 ‘2인 체제’를 유지할 것을 충청권 4개 시도에 요청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은 고조됐다. 급기야 7일 체육회는 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 내 상근 부위원장과 사무총장의 1인 체제를 문체부가 뒤집었다며 파행의 책임이 문체부에 있다는 취지와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체육인 결의문’을 전달했다.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왼쪽)과 김돈순 경기단체연합회 회장. /대한체육회 제공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왼쪽)과 김돈순 경기단체연합회 회장. /대한체육회 제공

문체부는 8일 즉각 반박했다. 체육인 결의문에 대해 문체부는 “하계유니버시아드의 성공 개최를 바라는 충청권 4개 시도민의 염원과 기대를 저버리는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5일 체육인 연석회의 현장에 문체부 체육국장이 참석해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조직위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적 논란 방지와 원만하고 원활한 대회 준비를 위해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결의문’은 이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의문은 4개 시도지사와 문체부 제2차관이 만난 5월 3일 모임에서 조직위 구성안에 대해 합의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협의를 위한 비공식 간담회였으며 문체부는 이 방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이 없다. 아울러 법적 자문 결과, 공모 절차로 선임된 사무총장을 위촉 해지할 경우 법적 논란과 분쟁 소지가 있다는 다양한 지적과 건의가 있어 지난달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2번째 창립총회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요청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체육회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8일엔 국제종합경기대회 유치 희망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제종합경기대회 국내 유치신청도시 선정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전했다. 체육회는 국제대회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와 모든 준비 단계에 걸쳐 협력·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한다는 구상이다. 또 관련 규정과 체육회-지자체 간 협약서를 위반할 경우 관할 시군구를 포함한 해당 시도에 국제대회 5년, 국내대회 2년 범위에서 유치 신청 자격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유치 신청 자격 제한은 체육회 국제위원회 심의와 의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고 규정 시행 당시 유치 도시와 개최 도시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2022년 11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결과 발표 뒤 한국 공동대표단이 서명 및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결과 발표 뒤 한국 공동대표단이 서명 및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육회 관계자는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제종합경기대회 국내 유치신청도시 선정규정 개정에 대해 “이번 개정은 2027 하계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는 충청권 4개 시도와 체육회의 갈등이 빚어진 데 대한 재발 방지 차원이다. 대회 유치부터 개최까지 잘 관리하려면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규정을 개정하려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내부 프로세스대로 규정 개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시아드 조직위 구성에 대해 체육회 관계자는 “협의 과정이나 여러 가지 신뢰의 문제도 있다. 각 기관장님과 대표 분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향후 체육회와 문체부가 의견 교류의 장 마련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하계유니버시아드를 진행해야 하는 충청권 4개 시도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대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충청권에서는 문체부 결정에 따라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조직위는 ‘공동 조직위’다. 저희는 같이 발맞춰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결정에 대한 건 결국 문체부와 체육회가 하는 것이다. 저희는 결정할 수 없고 결론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희는 빨리 결정이 나서 최대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직위 사무처가 구성돼야 대회 준비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2022년 11월 12일 충청권공동대표단(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및 의장,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에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는 2022년 11월 12일 충청권공동대표단(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및 의장,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에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제공

문체부와 체육회, 충청권 4개 시도는 9일 실무진 회의를 열고 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관계 기관들은 조직위 구성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엔 뜻을 모았지만, 인선을 놓고선 모두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

하계유니버시아드는 유치 확정 후 6개월 내로 조직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규정이 있다. 규정상 지난달 완료됐어야 했지만 이미 2차례 조직위 설립 시한을 넘겼다. 대회 차질 등 우려가 나오는 만큼 문체부와 체육회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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