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유아정 기자] 각국의 생활경제를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 용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친숙한 것으로 빅맥지수를 빼놓을 수 없다.

빅맥지수란 전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햄버거 맥도날드의 대표메뉴 빅맥이 같은 원재료로 만든다는 점에 착안해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 1986년 처음 고안해냈다. 빅맥의 가격을 달러로 환산, 각국의 구매력을 빅맥 가격으로 비교하는 지수다.

올해 일본의 빅맥 가격은 3.15달러로, 55국 중 43위 수준이다. 가장 비싼 스위스 7.26달러의 반값도 안 되고, 아시아에서 한국(3.97달러), 태국(3.9달러), 중국(3.54달러)보다 낮다.

빅맥
빅맥

 

실제로 서울이 도쿄보다 비싼 도시가 됐다. 국제 인력관리업체 ECA인터내셔널이 207개 도시의 생활비를 조사했더니 서울이 9위, 도쿄가 10위였단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엔화 값까지 싸지면서 일본에 놀러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가깝고 볼거리도 많을 뿐 아니라 엔저까지 겹치면서 첫손 꼽는 여행지가 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49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그 중 일본 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방일 한국관광객수는 3만2764명, 올 5월은 51만5700명으로 1500% 이상 증가했다. 유튜브엔 일본 곳곳을 여행 다니며 올린 ‘먹방 투어’ 동영상이 넘쳐난다. 일본 직장인의 평균 점심 값이 6400원이라니 요즘 대한민국 물가를 생각하면 얼마나 싼지 직감할 수 있다. “일본가서 초밥먹고 올래”라는 말이 농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매스컴은 연일 물가상승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고 있다. 주부들은 장바구니를 반도 채우지도 못했는데 지갑이 가벼워졌다며 한숨이다. 이에 정부가 밀가루, 라면 등 생필품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담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물가 잡기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구체적인 제보 등이 들어올 경우도 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원료는 많이 내렸는데 객관적으로 제품 값이 높다"며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펴 구조적 안정을 취하는 쪽으로 가야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발언을 지원사격하기 위함이다.

시민이 마트에서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시민이 마트에서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과거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라면 가격은 지난해 10월(11.7%)을 시작으로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 물가상승률은 13.1%다.

다만, 라면값이라는 게 그저 국제 밀 가격이 내렸다고 궤를 같이 해 동시에 값을 내릴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사실 밀이나 곡물은 선물이라 지금 값이 내렸다고 당장 라면업계가 제분업체에 돈을 주는 값이 내려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라면업체가 직접 밀을 사다 밀가루를 뽑아서 라면을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는 잡아야한다. 세계 어디서든 물가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는 흔한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제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값을 내리라고 경제부총리가 얘기하는 것은 무리수다. 정부의 압박에 라면 업계가 13년 만에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인하에 나설수도,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게다.

 

유아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