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종보고서 "처리수 배출, 사람·환경 미치는 영향 미미"
전문가들 "검증 과정 미흡...검증된 것 없어"
'8월 방류' 초읽기 나선 日, 주변국·어민 반대는 과제로 남아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왼)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 IAEA 홈페이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결국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했다.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다는 내용이 골자의 최종 보고서를 일본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팽팽하게 나뉘었지만 IAEA는 '사람과 환경에 방사능 영향'이 미미하다고 결론 내렸다. IAEA 보고서를 토대로 일본 정부는 8월 방류를 계획하고 있다. 

◆'130쪽가량' 최종 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최종 보고서는 130쪽 분량으로, 일본에 파견된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등 2년 간 일본 방류 계획을 항목별로 점검, 취합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주요 구성요소에 대해 방류 계획의 안전 요소 검토 내용을 담았다. △보호 및 안전 평가 △규제 활동 및 프로세스 △독립적인 샘플링 및 데이터 확증 및 분석 등의 큰 틀에서 세부 항목으로 나눠 일본의 방류 계획이 부합한지 점검하는 방식으로 기술됐다. 

여기서 주요 쟁점 사안은 일본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IAEA는 포괄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일본이 취한 ALPS 처리수 배출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과를 내린 것이다. 

다만 IAEA는 "처리수 방출은 일본 정부가 정하는 것이며, 이 보고서는 그 사안을 권장하거나 승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 TEPCO(도쿄전력)가 계획, 평가 대로 처리수를 배출하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발표된 보고서가 IAEA의 검토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우리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됐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검증된 사실과 과학에 의존해 절차 전반에 걸쳐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투명성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IAEA는 "검토는 방출 단계에서 계속된다. 지속적으로 현장에 상주하고 웹사이트에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검증 미흡'하다는 전문가들...정부 "바다·수산물 안전 관리 강화"

전문가들은 보고서 발표 전부터 우려를 표했다. 검증 과정이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깨끗하게 떠다 준 물을 검증하면 검증일까"라며 "저장소에 들어있는 오염된 물이 다핵종저감설비(ALPS)를 나온 후 얼마나 깨끗해지는지가 IAEA의 목적이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증된 것이 없다고 본다. IAEA 사무총장과 전문가 대 전문가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다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중에 환경 영향의 생태계, 먹이 사슬 등으로 인한 핵종의 축적 문제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IAEA보고서를 보면 '근거가 없다는 것이 없다는 것의 근거는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며 "그러나 없다는 것의 근거를 찾지 않고 마무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도 "IAEA에서 수행한 검증 방법이 미흡하다고 본다. 비판적 검증에 열려 있어야 하고, 객관성·공평성·공공성 등 여러가지 성격을 만족해야 과학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제가 아는 한 이런 조건을 만족한 것이 거의 없다고 봤다. 신뢰성에 대해 근본적 의심이 간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판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일브리핑을 열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아울러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무기한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안전성을 확인하더라도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수입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안전' 인증 받은 日, 8월 방류 초읽기

'부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는 방류 초읽기에 나섰다. 국내외 여론을 살펴본 뒤 내달 방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외 여론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설명한 뒤 본격 방류를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현지 어민들을 대상으로 IAEA 보고서 내용과 방류 안정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그로시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에 참석해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개별적으로 만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측에 방류 계획을 설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설명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풍평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방류 시기는 총리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 세 번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방류의 남은 변수 '어민·주변국 반대'...韓 '신중'·中 '비판'

보고서 발표 직후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중국은 거세게 비판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어업인들도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5일 일일브리핑에서 "정부에서도 발표 시기를 최대한 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검토가 끝나면 지체 없이 브리핑 등으로 전달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브리핑에서도 "우리 정부는 시찰단 활동과 IAEA 모니터링 TF팀 참여 등으로 일본 측 방출 계획에 대한 과학적·기술적 검토를 진행해왔다.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IAEA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해양 방류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의 입장도 신속하게 밝히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할 계획이다. 일본 일정이 끝난 후 한국을 방문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면서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보고서 발표 전부터 방류 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보고서 발표 전 주일대시관을 통해 "IAEA 보고서가 방류의 '통과(passed)'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중국 측에 도쿄의 입장 이면에 있는 과학적 설명을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중국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IAEA 보고서는 오염수 방류를 위한 '통행권'이 될 수 없다"며 "IAEA는 방류 계획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시민언론 더탐사가 보도한 IAEA 보고서에 대한 일본 정부 측의 로비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더탐사 보도에 대해 "해당보도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증폭시켰다. 사람들은 IAEA 최종보고서가 공정하고 객관적인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지 일본 어업인들 역시 자신들의 평판과 사업 손실을 두려워하고 있다. 어업 관계자들은 연합회를 결성해 방류를 반대한다는 시위와 결의안을 후쿠시마현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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