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서 기권
길어지는 부진의 시간
장하나. /KLPGA 제공
장하나.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57억6503만5544원.

강남 아파트 몇 채 값에 해당하는 돈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으로만 벌어들인 프로골퍼 장하나(31). 투어 통산 상금 1위에 빛나는 ‘전설’이 요즘 필드를 헤매고 있다. KLPGA 투어 15승(메이저 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승으로 통산 19승을 올렸고, 10년 연속(2012~2021년) 매년 1승 이상씩을 기록했던 폭발력과 꾸준함은 온 데 간 데 없다. 지난해부터 컷 탈락과 기권이 시즌 성적표를 도배하고 있다.

부진해도 너무 부진하다. 투어에서 가장 잘했던 선수가 이렇게 한 순간에 추락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KLPGA 투어 26개 대회에 나서 컷 탈락 17회, 기권 4회를 기록했고 올 시즌엔 지금까지 14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12회, 기권 6회로 극심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인 불명에 가까운 부진이라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 스윙 적응 실패를 비롯해 고질적인 발목 부상, 심리적 문제 등이 원인들로 거론되지만, 1~2개를 꼽기에도 지나치게 부진한 성적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프로로서 경쟁력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록을 보면 더 아찔하다. 왕년에 ‘장타 소녀’로 이름을 떨친 장하나의 올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이번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전 기준으로 206.1808야드(122위)에 그치고 있다. 그린 적중률 27.4854%(122위), 페어웨이 안착률 45.6731%(121위) 등 거의 전 부문에서 투어 최하위권에 포진해 있다.

장하나. /KLPGA 제공
장하나. /KLPGA 제공

2021년까지의 장하나는 분명 투어 최정상급 선수이자 흥행 카드였다. 실력도 실력인데다, 쇼맨십도 남달라 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녔다. LPGA 투어에서 승승장구하던 2017년 5월 전격적인 국내 유턴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이력도 있다.

골프 담당기자로서 10년 가까이 장하나를 취재하다 보니 그만이 가진 큰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여유’다. 2030세대 여자 프로골퍼들 중 그만한 여유를 갖고 있는 선수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매 대회 컷 탈락과 기권을 반복하고 있지만,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천천히 걸어가면 되. 뛰어가면 지치고 다치니까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제 웃자. 웃을 일만 있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국내 무대 유턴 당시 제주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났을 때도 장하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속 얘기를 꺼냈다. 장하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2013년 상영된 ‘7번방의 선물’을 꼽았다. “부녀간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 아버지(장창호 씨)와 함께 봤다”던 그는 “’(비록 연기이지만) 7~8살 된 아이가 저런 힘든 환경에서도 밝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놀라우면서도 감명 깊었다.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장하나 역시 부진에 빠진 지금의 상황을 ‘7번방의 선물’ 속 아이처럼 웃으며 극복해 나가려 한다. ‘장하다, 장하나!’라는 외침이 필드 위에서 다시 울러 퍼지길 기대해본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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