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7일 오전 11시 기준 수패 피해 사망·실종자 49명
재난 대응 시스템 여전히 문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김학동 예천군수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김학동 예천군수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계속된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水害)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공식 집계(17일 오전 11시 기준)한 사망·실종자는 49명(사망 40명·실종 9명)이다. 이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78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집중호우 상황과 관련해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예고된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 몫을 다했는지 여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이 맞냐는 지적이다.

◆ 尹 순방 일정 중 세 차례 집중 호우 관련 대책 지시

순방 일정 중 윤 대통령의 수해 관련 메시지는 나흘째인 13일 처음 나왔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총리가 중심이 돼 행정안전부,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해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대처해 달라”고 지시했다.

1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6일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나흘간 누적 강수량은 △충남 청양 570.5mm △충남 공주 511.0mm △전북 익산 499.5mm △세종 486mm △경북 문경 485.5mm 등에 달했다.

호우 상황은 15일 새벽부터 심각해졌다. 특히, 충북 괴산은 괴산댐이 43년 만에 월류하면서 주민 800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현재까지도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는 물에 잠겼다.

이후 윤 대통령의 두 번째 메시지는 15일 오후 4시경, 우크라이나 현지 시각으로 따졌을 땐 오전 10시경에 나왔다. 이미 비 피해로 사망·실종자가 30명이 넘은 상황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자마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및 대처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뒤 한 총리에게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중대본과 화상으로 수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참모들과 집중호우 대응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어 폴란드 현지에서 중대본과 화상으로 연결해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를 주재했다고 추가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착 직후 '총력 대응'을 주문한 것을 시작으로 15∼16일 이틀 동안 모두 세 차례 집중호우와 관련한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인명 피해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늑장대응' 논란이 커지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예고된 재난에도 올해도 이어진 수해 피해… 컨트롤타워 여전히 부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폭우와 9월 태풍 힌남노 등 피해 발생 후 철저한 대비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수해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심판으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 있지만, 함화진 환경부 장관의 긴급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가 아니라 다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여기에 한 총리는 이미 피해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인 16일 오전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수행하다 부랴부랴 16일 새벽 귀국해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예방책이 아닌 사건이 터진 이후 대처에 나섰다. 이는 명백히 컨트롤타워가 없어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컨트롤타워의 부재한 상황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질타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국에 홍수 피해가 심각하자 조기 귀국해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이 귀국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꼬집었다.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정말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조치를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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