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MO,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0% 발표
당기순이익 대비 40.2% 탄소세로 지불해야
친환경 기기, 스크러버 설치만 70~80억
해상 물류 운송 99.7%...물류 대란 올 수도
조선·해운업 상생, 정유사 적극 지원 필요
지난 17일 울산항 8부두에 공급된 100% 바이오디젤 벙커링. / 연합뉴스 제공
지난 17일 울산항 8부두에 공급된 100% 바이오디젤 벙커링.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이다겸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잠정 합의하면서 국내 해운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시행(2025~2026)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중소 선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IMO는 이달 초 영국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 연례 회의에서 2050년까지 회원국들의 탄소 배출 감축 100% 상향화를 명문화하고 공식 합의했다. 이번 합의문은 지난 2008년 감축 목표인 50%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준이다.

EU가 지난 2021년 ‘핏포55(Fit for 55)’를 통해 발표한 탄소국경세 부과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EU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뒤, 2026년부터 해외 경쟁사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해운업계는 타 사업 대비 탄소 배출 기준에 민감하다. 벙커씨유(고유황중질유)나 중유는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에너지원으로 90% 이상의 선박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IMO 시장기반조치 도입이 국내 해운기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해운사 95개사의 선박 1094척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2850만톤으로 추산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A.P. Moller-Maersk)가 제시한 1톤당 150달러 기준 탄소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해운사는 4조8916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 2021년 기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 12조1668억원의 40.2%를 탄소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선사들이 이 같은 탄소 규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 발주 혹은 친환경 기기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해야 한다. 선박 한 척당 스크러버 한 개 설치 비용은 약 70~80억이다. 100척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 약 700~8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한다. 중소 선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대목이다.

유럽과 미국을 이동하며 탈탄소 기조를 파악한 대형 선사는 IMO의 탄소규제 발표 이전부터 친환경 선박 운영을 준비해왔다. 국내 대형 선사 기업 HMM의 경우, 이미 운영 중인 대부분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반면 아시아 역내 이동에 그친 중소 선사는 비용 문제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수출입 화물은 99.7%가 해상 운송으로 이루어진 탓에 물류 대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탄소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 선사 폐업이 줄도산으로 이어져 코로나19 시기 버금가는 물류 대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정책 세미나’에서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국내 해운사들은 국내 조선소 발주량의 10~15%만 차지하고 있다”며 “(해운업계가) 약 40% 정도만이라도 국내 조선소 물량을 수주할 수 있다면 어려운 경기에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가능하고 노동·사회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에너지원 개발 주체인 정유사들의 적극적 참여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주요 대체 에너지인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공급을 정유사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문건필 한국선급 팀장은 “HMM은 이미 GS칼텍스와 바이오디젤에 관한 공급협약식을 맺었다”며 정유사에 일정 수요를 보장하고, 혜택에 관한 정책이 뒷받침 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제 탄소 규제 흐름에 대응책으로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 전략’을 마련해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환경 규제 대상인 5000톤급 이상 외항선 876척 중 노후 선박부터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총 118척, 2050년까지는 100%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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