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피치, 미국 국가신용등급 AA+로…증권가 “금융 불안 재연될 가능성 낮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 Ratings)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을 두고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은 하겠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한 이유로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제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이 꼽힌다. 앞서 지난 5월 피치는 미국의 향후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특히 피치는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막판 해결’이란 과정이 반복되면서 AA나 AAA등급을 받은 타 국가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피치는 등급 전망에 대해선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나 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기존의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며 “이와 같은 등급 전망에 대한 조정은 이번 등급 하향 이후 당장 추가적으로 등급을 낮출 여지가 없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여파는 아시아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2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50.60포인트가 내린 2616.47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연고점을 기록한 것에 반해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인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하향으로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S&P는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조정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미국 주요 지수가 약 6%나 급락하고, 코스피 역시 3.8%나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전해졌다. 시장은 이를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등급 하향이 앞선 5월 전망 하향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라는 것과 2011년 S&P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락 연구원은 “이미 지난 5월 신용등급 전망의 강등을 통해 등급 하향에 대한 가능성이 앞서 시사된 바 있고 실제 등급을 내린 사유 역시 등급 전망 강등 당시와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공 연구원에 따르면, 피치는 5월엗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대한 대치 상황을 두고 “디폴트 예상일이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부채 한도 상향·유예 등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것을 막는 정치적 당파성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번 등급 강등을 전격적인 조치가 아닌 앞선 등급 전망 하향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공 연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학습효과를 언급했다.

공 연구원은 “당시 주가 급락에도 불구, 미국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인해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신용등급 강등의 본질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채 발행 및 유통 상에서의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고 강조했다.

앞선 S&P 사태와는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 흐름이 2011년 당시와는 다르다는 점과 현재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근거로 세웠다.

나정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과 달리 현 글로벌 경기는 회복 모멘텀이 개선 중이고, 국내 기업 실적은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현재 S&P500 선물 지수는 0.5% 하락했으며 미 10년물 국채 금리도 소폭 하락에 그치는 등 신용등급 강등 여파는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가능하겠으나 경기 및 실적을 고려할 때 주가의 추세적 방향성 전환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2011년 사태의 재연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당시와 현재의 경기와 이익의 여건에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2011년도는 전세계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취약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모멘텀 자체가 둔화된 시기였으며, 한국의 수출과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도 20~30%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빠르게 위축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하지만 현재는 2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이익 전망이 감소폭을 축소해가는 시기이자 수출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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