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현원 기자] “과거 주식 투자 활황기 시절 신용융자 이자가 높다는 의견과 함께 증권사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로 이자가 낮아지면서 증권사가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증권사 입장에서는 솔직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우려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관해서는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증권사 입장에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올리는 경우 이자 장사, 내려도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긴다는 등,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반드시 지적하는 나오는 상황이기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2차전지, 초전도체에 이어 맥신 관련주까지, 최근 들어 국내 증시는 '테마주' 열풍, 나아가 ‘광풍’으로 표현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투자자들 장바구니에 담긴 테마주들의 주가는 하루 사이에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이들에게도 짧은 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했다.

테마주의 광풍은 투자자들의 ‘빚투’로 이어졌다. 올해 초 16조원 중반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2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는 고객과 약정을 맺고 일정 수준의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신용공여의 일종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를 빌린 투자자가 변제를 하지 않은 금액이다.

이쯤 되면 알 수 있듯이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증가는 테마주 인기가 한 몫 했다. 실제로 신용거래융자 중 2차전지 관련주들이 상위 종목을 대거 차지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알만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이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선은 증권사들을 향했다. 이들이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일부 증권사들은 증거금률 확대 및 신용대출 제한 등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 당국 역시 증권사들에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에서 ‘부추기지 말라’는 지적은 아마도 빌려서 투자했음에도 차익실현을 하지 못하게 되고 손실을 보게 되는, 다시 말해 투자자 보호 측면의 의미가 더 크게 포함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테마주와 관련해 “(테마주는)급등락하는 문제들이 있다”며 “급등락하면서 결국 투자자가 손실을 얻게 된다는 문제, 특히 투자자들이 빚투 같은 것을 했을 경우,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주가 조작 의혹 등 다양한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자 보호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증권사 역시 ‘투자자 보호’를 항상 우선순위에 놓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빚투 증가 탓을 온전히 증권사에게만 있다는 의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투자의 최종 선택은 결국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택한 본인 책임’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 탓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름철 태풍이 예고되면 휴가 계획 변경, 침수 대비 등 다양한 준비를 하게 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투자자들이 테마주 ‘광풍’에 휘말리지 말고, 올바른 판단 하에 건강한 투자를 하기 바랄 뿐이다.

권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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