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기업 SNS 계정 41.4%, 그린워싱 게시물 올려...정유·화학·에너지 '80건'
롯데칠성음료·한진 등 '자연 이미지 남용' 사례, 51.8%...가장 많아
그린워싱 규제에 각국 대응책 마련...韓 '소극' 美· EU '적극'
국내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업의 41.4%가 그린워싱으로 의심될만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업의 41.4%가 그린워싱으로 의심될만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소셜미디어 계정 절반 가까이가 친환경을 모방한 광고를 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업 SNS 계정 41.4%, 그린워싱 의심...절반 이상, 자연 이미지 남용 

국내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업 10곳 중 4곳이 그린워싱으로 의심될만한 게시물을 올렸다. 

29일 그린피스의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운영하는 기업 399곳 중 165곳(41.4%)이 그린워싱 의심을 받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이들이 그린워싱으로 보는 게시물은 총 650개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6월 7일까지 실시됐고, 497명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기간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399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정유·화학·에너지가 가장 많은 80건을 게시했다. 반면 철강 업종이 가장 적은 14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자연 이미지 남용에 해당하는 게시물(51.8%)이 가장 많았고, △책임 전가(40%) △녹색 혁신의 과장(18.2%) 등의 내용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린피스 측은 "산업군에 포함되는 계정 수의 편차가 커 그린워싱 게시물 규모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소비재와 밀접한 기업 대 소비자(B2C) 산업뿐 아니라 기업 대 기업(B2B)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의 그린워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 △한진 (이하 자연 이미지 남용) △삼성스토어 △LX인터내셔널(이하 녹색 혁신 과장) △GS칼텍스(책임 전가) 등의 게시물이 있다. 이들은 플라스틱 페트병에 멸종위기 동물 일러스트를 사용하거나, 해외 배송 사업을 홍보하면서 친환경(탄소중립)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친환경 혁신에 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부족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만드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친환경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매출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그린워싱 마케팅 근절과 환경 역량 강화 △책임 전가 중단과 신뢰 확보 △기후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 그린피스의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 그린피스의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 

◆ESG와 함께 뜬 그린워싱에 각국 규제 마련...韓 '소극' 美·EU '적극' 

그린워싱은 2007년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회사 테라초이스가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계의 화두가 되면서 다양한 그린워싱 사례가 늘어났다. 

그린워싱이 소비자에게 각인된 사례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 광고다. 2014년까지 폭스바겐은 TDI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을 이른바 '클린 디젤' 자동차로 홍보했다. 기존 가솔린 차량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차량의 해당 엔진은 질소산화물 오염물질을 미국 환경청의 허용치보다 40배 이상 배출했다. 그럼에도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은 폭스바겐이 차량 배기가스에 대기오염물질 테스트를 우회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시험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험 중에는 오염 수준이 낮게 유지됐지만, 실제 운행 중에는 높은 수준의 오염 물질이 배출됐다. 

미국 환경청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대기오염방지법 위반 통지서를 발행하면서 미국 내 판매는 전면 중단됐다. 이후 소비자들의 단체 소송이 잇따르면서 스캔들로 비화됐다. 

폭스바겐 사례를 시작으로 기업 상대의 그린워싱 소송은 늘어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제기된 소송은 2019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각국은 그린워싱 규제 마련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를 시행한 반면 한국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최근 3년간(2020~2022년)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사례(4940건) 가운데 99.8%는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 없는 행정지도 처분 받았다. 반면 시정명령은 0.2%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이 무늬만 ESG인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신용평가사가 ESG 채권들의 사후 자금 집행까지 확인하도록 하는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정,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심사기준을 구체화, 다양한 사례를 추가했다.

반면 미국과 EU 등은 친환경과 관련된 단어 사용부터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포장용기에 표시할 수 있는 친환경 문구와 라벨의 종류가 제한됐다. 기업이 친환경 문구와 라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입증할 수 있는 정보와 문서를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규정에 부합해야만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EU는 그린딜 정책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녹색채권·녹색펀드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회원국인 프랑스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 2021년 '기후·회복력법'을 공포해, 화석연료의 마케팅의 판촉 광고 자체를 금지했다.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이를 연상케 하는 표현까지 규정했다. 기업이 관련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반 시 최소 10만유로(약 1억431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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