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10월부터 시범 시행된다. /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10월부터 시범 시행된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발등의 불' 만큼 진부하고 식상한 문장도 없지만, 지금 상황에 딱 맞는 표현도 없는듯하다. 한국 산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 시범 시행이 열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CBAM은 오는 10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을 비롯해 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여섯가지 품목에 시범 적용된다. 2025년 12월말까지인 전환기간에는 탄소세가 적용되지 않지만, 6개 품목 수출 시 분기별로 탄소배출량 정보를 EU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전환기간 이후인 2026년부터는 6가지 품목을 비롯해 탄소가 배출되는 모든 품목에 관세가 적용된다.

CBAM은 2021년 7월 EU가 기후 위기 대응의 일환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고안해낸 대안이다. 물론 기후 위기 대응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면에는 EU에서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가 숨어 있다. 

관세 부과 시 국내 기업들의 부담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돼 역내 기업들과 경쟁력에서 뒤처질수밖에 없다. 국회 미래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CBAM이 전면 도입될 경우 국내 산업계의 총 부담액은 8조2456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내 수출 물량이 상당한 철강업계는 초비상이다. 한국은 EU 수입액 비중을 따졌을 때 EU 철강 시장에서 5위권 안에 드는 반면, 탄소배출량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 기업들이 내세운 임시방편은 '전기로'다. 전기로 생산 비중을 늘리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높은 전기료 등 비용 문제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개발에도 막대한 연구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관련 사업에 쓴 돈은 120억원이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CBAM 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쏟아 부은 돈은 1조원가량이다. 우리 정부와 대조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로 기업들의 개별 대응은 쉽지 않아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 등 개별 기업들이 대응하기엔 벅찬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혼란 방지를 위해 'CBAM 이행 지침서'를 이달 말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이런 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지원을 통해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함께 꺼야할 때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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