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경부, 일회용 종이컵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 풀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계도기간도 연장
내년 총선 염두에 둔 선심 쓰기용 정책 아니냐는 문제 제기 이어져
환경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환경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정부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 금지 규제를 풀자, 총선 선심 쓰기용이란 지적과 정책의 일관성 훼손으로 이후 정책 추진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고 밝혔다. 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규제는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24일 시행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으로, 1년간의 계도기간을 정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원안대로라면 11월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종이컵·젓는 막대는 식품접객업, 집단급식소 매장 내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비닐봉투는 종합소매업 등에서의 유상판매가 금지돼야 했다. 또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체육시설) 사용 금지와 우산비닐 대규모 점포 사용금지도 예정돼 있었다.

환경부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으로 인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 쓰기용 정책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총선 표 얻기용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 여러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코넥스 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8일에는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기존 통신사 요금제 대비 30~40% 저렴한 알뜰폰 5G 요금제와 중저가 단말기를 추가 출시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6일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추진을 논의할 당 기구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대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여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표 얻기 용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며, “해외에 나가서는 한국이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정책은 탄소중립에 역행하고 일관성도 없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 정책 일관성 결여로 이후 정책 추진 동력 상실 가능성 높아 

무엇보다 환경부의 이번 노선 변경이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해 이후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추진 동력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없어져 앞으로 어떤 정책을 시행해도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은 기다리고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면 이번처럼 노선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해 참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일상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 운동 ‘일회용품 없애기 도전(일회용품 제로 챌린지)’을 시작했다. 공공기관, 기업, 단체, 국민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약속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후속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첫 주자는 환경부, 이후 국무총리실, 서울특별시, 국립공원공단 등이 모범을 보이고자 참여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기관, 지자체 등에서 일상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챌린지를 하고 있으면서 정작 정 반대의 정책을 발표하는 건 자가당착”이라며, “학교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일회용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교육하면서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정책 변경에 환경단체들은 강함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2019년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종이컵이 연간 248억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종이컵이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괜찮다가 아니라,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의 자발적 협약 결과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개인텀블러 및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018년 44.3%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93.9%까지 급증했다”며, “이는 2018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으로 개인의 실천과 카페의 선택이라는 자율 감량보다 사용규제라는 제도가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은 소상공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1회용품을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한 상황인데 정작 중앙부처인 환경부는 규제를 포기했다”며, “있던 규제를 풀고 1회용품 남용을 권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으로, 계속해서 소상공인 핑계를 대며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게끔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권익위 설문조사(2021년 8월)에 따르면, 응답자의 83%는 1회용품 사용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또 두잇서베이의 설문조사(2023년 3월)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9년 약 7억 7,311만개에서 2021년 약 10억2,388만개로 증가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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