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野, 노란봉투법·방송3법 단독 처리…이동관 탄핵도 강행
대통령 거부권 수순… "대치 정국 피하기 어려워"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 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 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하 방송3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고(故) 채상병 수사외압 등 3건의 국정조사 보고와 함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탄핵안을 막기 위해 예고했던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며 법안 통과를 지켜봤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만나 정쟁을 자제하는 '신사협정'에 합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에게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두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당부한 지 불과 한 달도 안돼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尹 거부권 행사 유력에도… 野, 법안 단독 처리한 이유는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고 수 싸움을 벌이는 사이 협치는 실종됐고 민생도 뒷전으로 밀렸다. 정국은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오후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단독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에 대한 파업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다"라며 반대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이들 방송사들이 이사를 추천할 때 정치권의 영향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친야 성향 언론·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 성향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국민의힘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다.

물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시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지지층 결집과 이슈 선점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여야 정국 주도권 다툼에 국민, 불신·환멸 느낄 수도"

당초 국민의힘은 4개 법안에 대한 릴레이 필리버스터로 국회 통과를 늦출 심산이었다. 산술적으로 13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국회 본회의 도중 필리버스터 철회 의사를 밝혔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계속되면 그사이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접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려는 꼼수다"라며 "72시간 내 본회의 개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본회의 개최가 불발되면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방송 행정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 손발을 묶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려는 속셈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다만, 거대 야당이 법안 강행 처리 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자칫 정치권이 불신을 넘어 환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국민의 불신을 받는다면 여야 모두 '심판론'으로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소모적인 정쟁만 펼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도·무당층의 유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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