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클린스만호가 싱가포르를 상대로 화끈한 골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4위)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155위)와 맞붙는다. 이번 싱가포르전은 미국·멕시코·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의 첫 경기다. 한국은 2차 예선 C조에서 싱가포르, 중국(랭킹 79위), 태국(랭킹 112위)과 한 조에 묶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첫 공식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상대국들이 모두 약체로 평가받는 만큼 한국은 각 조 1, 2위 팀에 주어지는 3차 예선 진출권 확보가 유력하다. 한국은 첫 경기 상대인 싱가포르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21승 3무 2패로 크게 앞선다. 마지막 맞대결은 1990년 9월 23일 베이징 아시안게임이다. 한국은 33년 전 싱가포르와 마지막 대결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이후 치른 14경기(13승 1무)에서 51골을 넣고 단 한 골만 내주며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1972년 7월 메르데카컵에서 4-1로 승리할 때가 최근 들어 유일한 실점 경기였다.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는 만큼 클린스만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건 ‘방심’이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절대로 싱가포르를 약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주에 싱가포르에 가서 전북 현대가 싱가포르 팀(라이언 시티)에 지는 걸 봤다. 대표팀에 주는 경고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당연히 이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상대도 세트피스, 역습 장면에서 득점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더 진지하게, 더 진중하게 준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호의 목표는 완승이다. 최근 분위기도 좋다.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튀니지(4-0), 베트남(6-0)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9월 A매치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를 포함해 A매치 3연승을 질주했다. 아울러 10월 A매치 2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뽑아내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 2경기에서 밀집 수비에 대한 해법도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전에서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자 한다.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수비를 다 내려서서 하는 팀을 만났을 땐 어느 팀이든 쉽지 않다. 지난 경기가 도움이 된 것은 맞다. 저희가 얼마만큼 기회를 만들어 내고 그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 짓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방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초반에 기회를 빨리 만든다면 경기를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저희 팀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클린스만 해외파 공격진은 최근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뜨거운 발끝을 가진 선수는 황희찬(26·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다. 황희찬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리그 12경기 6골(2도움)을 터뜨리며 EPL 득점 순위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도 새 소속팀에서 적응을 마쳤다. 이강인은 지난달 26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3차전 AC 밀란(이탈리아)전(3-0 승)에서 파리 생제르맹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어 29일 브레스트전(3-2 승)에서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의 추가골을 도우며 리그 첫 도움을 생산해 냈다. 4일 몽펠리에전(3-0 승)에선 호쾌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리그 1호골을 쏘아 올렸다.

‘캡틴’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의 분위기도 좋다. 손흥민은 최근 EPL 6경기에서 3골 1도움을 쌓았다. 올 시즌 12경기 8득점(1도움)을 마크하며 리그 득점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그는 “제 몸 상태는 상당히 좋다.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잔 거 빼곤 괜찮다. 경기장에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에 있어서는 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할 것이다”라며 “황희찬, 이강인처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지금 대표팀에 많다. 이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지금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