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윤 회장이 주도...그룹 이미지 제고 역할 톡톡
대한럭비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대한럭비협회
대한럭비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대한럭비협회

'47억 아시아인의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달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역대 최대인 39개 종목에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 등, 총 190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3위에 올랐다. 목표였던 금메달 45~50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인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뿐 아니라, 비인기·기초 종목인 수영과 배드민턴 등에서도 '금빛 드라마'를 연출하며 5100만 국민에게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이처럼 태극 전사들이 놀라운 경기력과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과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기업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 역시 인기·비인기 종목을 망라하고 물심양면으로 대표팀을 지원했다. 이에 <한스경제>는 '스포츠산업 대한민국 꿈과 희망의 산실'이란 주제로 대한민국 꿈과 희망의 산실인 스포츠산업을 지원·후원하는 기업들과 이들이 스포츠 생태계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주었는지 되짚어 보았다. <편집자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아니 이미 출전을 준비하면서부터 국가대표 선수단장을 맡은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특유의 열정으로 우리 선수들이 활약하는 주요 종목은 물론, ‘비인지' 종목의 현장까지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2026년 아시안게임은 일본 아이치와 나고야에서 열린다. 아마 최윤 회장은 그때도 지금처럼 아낌없이 열정을 불태울 것이 확실하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인 최 회장은 이에 “나고야에서 40년을 살았다"며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호탕한 모습을 보였다.

OK저축은행이 후원하고 있는 e스포츠팀 브리온 /OK저축은행
OK저축은행이 후원하고 있는 e스포츠팀 브리온 /OK저축은행

◆ 배구, 럭비, 필드하키, e스포츠까지...광폭 스포츠 후원

OK금융그룹의 폭 넓은 스포츠 후원은 비단 금융업계만이 아니라, 전 산업을 망라한다 해도 정평이 나 있다. 가장 최근의 소식을 먼저 살펴보자면, 그룹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이 지난 5월 브리온 e스포츠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 ‘브리온'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향후 3년 동안 ‘OK저축은행 브리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업계서 e스포츠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의 열기는 선수단장으로 현장을 찾았던 최윤 회장 역시 깜짝 놀랐다고 한다.

OK금융그룹의 광폭 스포츠 후원은 최윤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본인 스스로가 대학 럭비선수 출신인 최 회장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국내에선 인지도 미미한 럭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다. OK금융그룹은 지난 2016년부터럭비 후원을 위해 중고생과 대학생 럭비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교육 기자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OK금융그룹의 경영 슬로건인 ‘원팀 스피릿'이 럭비의 3대 정신인 희생·인내·협동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1946년 창립 최초로 경선으로 치러진 지난 2021년 럭비협회장 경선에서 최윤 회장은 24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취임 후 최 회장은 “럭비를 사랑 받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겠다"며 “대한민국 럭비 미래 100년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언급처럼 럭비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외에도, 남녀 국가대표팀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쏟아졌다. 그 결과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지역 예선에선 7인제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럭비 역사 100년 이래 최초로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업적을 달성한 것이다. 또한 17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2022 남아공 럭비 세븐스 월드컵에서는 값진 2승의 기록을 올렸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그동안 럭비협회에 대한 후원은 회장사를 제외하고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윤 회장의 열정과 우리 대표팀의 활약이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LG전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20개가 넘는 주요 기업이 스폰서로 따라붙게 됐다.

그룹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럭비 특채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럭비 특채로 입사한 직원들은 지난 3월 창단한 ‘읏맨 럭비단'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사가 럭비단을 창단한 것 역시 최초다.

럭비 말고도 OK금융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필드하키 남녀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종종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필드하키 대표팀이지만 여전히 ‘비인기' 종목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팀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지난 2013년 창단한 남자 프로배구단 ‘OK금융그룹 안산 읏맨’이다. 배구단 창단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는 대부업으로 시작한 그룹의 이미지에 대한 일종의 차별과 편견 때문이다. 여하튼 최 회장의 강한 의지로 상황을 돌파했고, 창단 2년 만에 리그 우승과 연속 우승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수단장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최윤 회장 /연합뉴스

◆ ‘경계인'의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

읏맨 배구단의 창단 과정을 들여다보면 스포츠단체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당시 OK금융이 배구판에 들어오려는 것을 ‘대부업' 꼬리표라며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유소년 지원 등, 파격적인 후원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OK금융그룹은 배구단 인수에서 우리은행에 밀리고 말았다. 이에 최 회장은 새 구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밀어부쳐 지금의 읏맨 배구단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재일동포 3세 기업인인 최윤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 나라에서 차별과 무시를 받기 일쑤였다. 또한 일본 자본의 대부업 꼬리표는 마치 불법적인 사업인양 백안시되기 일쑤였다.

최 회장의 인생 좌우명은 ‘이단으로 출발해 정통을 지향하고, 정통이 되는 순간 다시 이단을 지향하라'라고 한다. 인생사가 ‘에트랑제'였던 최 회장의 역정이 잘 배어 있는 좌우명이다. 이처럼 남다른 시선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정상에 올라,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결과적으로 OK금융그룹은 직원 수 4000여 명, 총 자산 1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OK금융그룹의 현재 우선 과제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OK금융그룹은 지난 10월, 산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보유한 대부업 라이선스를 조기반납했다. 이미 지난 2018년과 2019년엔 원캐싱, 미즈사랑과 같은 대부업 브랜드를 철수했다.

이는 OK금융그룹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 좀 더 그룹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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