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표 장수 외국인 선수인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11.07.
프로야구 대표 장수 외국인 선수인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11.07.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BO리그 구단들은 올겨울 그야말로 외국인 선수 영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지 20일 넘게 지났지만, 새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7일까지 KBO리그 구단과 계약한 외국인 선수 중 새 얼굴은 한화 이글스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25)와 SSG 랜더스 투수 로버트 더거(28) 둘 뿐이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아우성친다. KBO리그 팀들이 외국인 선수 구인난에 시달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외국인 선수 풀(pool)이 예전 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많은 선수가 선수 생활을 접으면서 마이너리그 선수층이 얇아졌다. 빅리그 구단들도 구인난에 시달린다. 특히 야수보다 투수 쪽 사정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빅리그 구단들은 선수 수급을 위해 일본프로야구(NPB)는 물론 KBO리그 쪽으로도 레이더망을 돌리고 있다. 해외 진출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고우석(25)과 함덕주(28ㆍ이상 LG 트윈스)가 MLB로부터 신분 조회를 받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MLB에서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던 에릭 페디(30)는 KBO리그를 평정한 뒤 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을 맺기도 했다.  쓸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보니 웬만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묶인다. 예전 같았으면 한국야구에 왔을 법한 선수가 40인 로스터에 묶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MLB 팀들의 선수 대우가 좋아진 것도 KBO리그 팀들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 협약 타결로 메이저리그 선수 최저 연봉은 2022년 70만 달러부터 매년 2만 달러씩 증가해 2026년 78만 달러로 올라간다. 과거 국내 구단들은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경계에 있는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행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제는 KBO리그에서 뛸 때 받는 돈이 빅리그 최저 연봉과 차이가 크지 않아 많은 선수가 한국행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지방 B구단 단장은 “MLB 최저 연봉이 올랐고, 빅리그에서 일정 기간 뛰면 연금도 받을 수 있다. 한국에 가느니 마이너리그에 남아 MLB 승격을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선수가 많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액도 국내 구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O리그 신입 외국인 선수의 상한선은 100만 달러다. 반면 NPB는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이 없다. 일본 구단들은 100만 달러보다 더 주는 조건으로 외국인 선수를 유혹한다. 좋은 선수가 시장에 나와도 일본 구단과 ‘머니 게임’에서 밀리는 일이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국내 팀은 KBO리그 경력자나 NPB 출신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KT 위즈는 7일 멜 로하스 주니어(33)를 재영입했다. 로하스는 2020년 타율 0.349(3위), 47홈런(1위), 135타점(1위), 116득점(1위), 장타율 0.680(1위)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이후 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지만 2시즌 통산 타율 0.220, 17홈런에 그친 뒤 퇴출당했다. 

LG는 세이부 라이온스 출신 왼손 투수 디트리히 엔스(32)와 협상 중이고,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뛰었던 오른손 투수 코디 폰스(29)를 영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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