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MLB.com 캡처
이정후가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MLB.com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화려한 조명이 이정후(25)를 감싼다. 한국 야구가 낳은 ‘야구 천재’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복에 나선다.

CBS 스포츠, ESPN, 뉴욕 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은 13일(한국 시각)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 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조건엔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공식 계약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류현진(36ㆍ토론토 블루제이스), 강정호(은퇴), 박병호(37ㆍKT 위즈), 김광현(35ㆍSSG 랜더스), 김하성(28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하는 역대 6번째 선수가 될 전망이다.
 
◆뛰어난 기량+어린 나이+유리한 시장 상황=초대형 계약
 
정교한 타격 능력,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이정후는 빅리그 여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4~5년에 총액 5000만 달러(약 659억5000만 원)~9000만 달러(약 1187억1000만 원) 수준의 계약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등 다수의 구단이 영입전에 참전하면서 이정후의 몸값이 훌쩍 뛰었다. 그 결과 이정후는 예상을 가뿐히 뛰어 넘어 1억 달러(약 1318억6000만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1억1300만 달러는 지난해 일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5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82억 원)를 뛰어넘은 역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 계약액이다. 역대 아시아 선수 포스팅 최고 계약액은 지난 2014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35ㆍ라쿠텐 콜든이글스)의 7년 총액 1억5500만 달러(약 2035억 원)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역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직행한 한국 선수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종전 최대 규모는 2012년 12월 류현진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다. 당시 환율로 390억 원 수준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 중 하나였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달 이정후를 보기 위해 직접 고척돔을 찾기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29ㆍLA 다저스) 영입전에도 참전했던 샌프란시스코는 라이벌 다저스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자 거액을 쏟아부어 이정후를 영입했다. 

이정후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올겨울 빅리그의 자유계약선수(FA)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정후의 계약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앞서 빅리그에 진출한 김하성, 요시다 등 아시아계 선수들이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이정후에게 반사 이익을 가져다 줬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6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올겨울 모든 상황이 이정후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시장이 경색되면 대형 계약을 따내기 어려운데 이번 FA 시장엔 큰 손들이 많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와 올해 애런 저지(31ㆍ뉴욕 양키스), 오타니 등 영입하려 했던 선수들을 놓쳤기 때문에 대안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이정후는 아직 20대 중반이어서 6년 계약이 끝나도 30대 초반이다. 샌프란시스코로선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김하성과 일본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것도 이정후의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하성(가운데)과 이정후(오른쪽). /연합뉴스
김하성(가운데)과 이정후(오른쪽). /연합뉴스

◆김하성-오타니에 이정후까지… 뜨거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다. 같은 지구 소속인 다저스와는 MLB 전통의 라이벌이다. 내년 다저스에는 MLB의 슈퍼스타 오타니가 버틴다. 오타니는 최근 다저스와 전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10년 7억 달러) 계약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하는 이정후와 다저스에서 새 출발 하는 오타니는 2024시즌 ‘작은 한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이정후와 오타니의 투타 맞대결은 내년에 불가능하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가 올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내년 시즌에는 지명타자로만 나서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역시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구 소속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미국 본토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2024년 MLB 공식 개막전은 3월 20일과 21일 한국 서울의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와 오타니를 영입한 다저스가 서울 개막전을 치른다.

샌프란시스코는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이는 원정 4연전으로 2024시즌 서막을 연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4년(2017∼2020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이정후는 빅리그 데뷔전부터 김하성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본토 개막전 이후 김하성과 이정후는 4월 6∼8일(샌프란시스코 홈), 9월 7∼9일(샌디에이고 홈), 9월 14∼16일(샌프란시스코 홈)에도 격돌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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