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촉식에서 이에리사 씨에게 민간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촉식에서 이에리사 씨에게 민간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스포츠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민관합동 기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덕수(74) 국무총리와 이에리사(69) 전 태릉선수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정책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개최하고 5개년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정책위는 한 총리를 비롯해 정부 15개 부처 장관을 포함한 정부위원 16명과 이에리사 위원장 등 민간위원 9명을 합쳐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정책위가 출범하자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82개 회원종목단체, 17개 회원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체육회 등 국내 체육단체 일동은 정책위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체부의 일방적인 업무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문체부가 체육 단체와 협의 없이 정책위를 독단적으로 구성해 민간위원 참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게 성명서의 요지다.

대한체육회는 “위원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정관까지 개정해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체육계 원로들이 참여하는 원로회의를 구성했고 원로회의 의결을 통해 위원회의 민간위원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인사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은 체육계 원로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개된 정책위 민간위원 9명 중 이기흥(68) 체육회장, 정진완(57)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조현재(63)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3명의 당연직 위원을 뺀 민간위원 6명은 이에리사 위원장, 허구연(72)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꼽혔다. 체육계는 체육 단체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고 비판했다.

체육 단체는 정책위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면서 지금처럼 체육계 의견을 묵살한 채 정책위가 운영되면 정책위 참여를 거부하고 스포츠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자 중앙행정기관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도 반박 성명을 내고 “다른 정부위원회와 체계적인 합리성·일관성을 고려하고 균형 있는 정책위 구성을 위해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추가하는 사항만 수용, 시행령 개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위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를 포함, 여러 경로로 전문가를 추천받았는데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최종적으로 대한체육회 추천 인사가 위촉되진 못했다. 민간위원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다.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기흥 체육회장이 서명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 /대한체육회 제공
이기흥 체육회장이 서명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 /대한체육회 제공

정책위는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해 발족한 국무총리 산하 기구다. 위원 인선 문제로 인해 뒤늦게 출범했다.

문체부와 민간위원 위촉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자 급기야 이기흥 회장은 9월 6일자로 정책위 위원 사임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책위 구성 발표시 자신의 이름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포츠기본법 시행령엔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정책위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적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은 정책위 당연직 위원으로서 사임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로잔 국외 연락사무소를 놓고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국제스포츠의 중심지인 스위스 로잔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올해 및 내년도 예산을 확보했으며 현지 실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끝냈다. 이후 사무실 장소까지 확보해 문체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 집행의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문체부는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면밀한 사업 검토 없이 승인을 미루면서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막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문체부는 “로잔에 비슷한 사무소를 운영하는 나라가 없고 스포츠 외교라는 것이 꼭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유치를 추진 중인 국제대회도 없다"며 연락사무소 운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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